[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아스날을 탈출한 박주영이 왓포드 임대 이적 후 ‘초스피드’ 데뷔전을 치렀다. 유니폼을 갈아입은 지 이틀 만이었다. 그리고 95일 만의 공식 경기에 나서면서 ‘다시 일어서기’에 대한 희망을 품게 했다.
박주영은 3일(이하 한국시간) 챔피언십 브라이튼 앤드 호브 알비온전에 교체 출전했다. 산니노 감독의 마지막 교체 카드로 후반 46분 포레스티에리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날 추가시간은 7분이었으니, 대략 6분여를 뛴 셈이었다. 후반 추가시간에 투입된 거 치고는 꽤 긴 시간이었다.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면, 박주영의 데뷔가 생각 외로 빨랐다는 것이다. 박주영은 아스날에서 왓포드로 이적한 지 이틀 만이었다. 현실적으로 새 동료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더욱이 박주영의 경기 감각은 ‘최악’이었다. 지난해 10월 31일 리그컵 첼시전 이후 3개월 넘게 공식 경기를 뛰지 않았다. 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유지했다고 하나 경기 감각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 박주영이 왓포드 임대 이적 이틀 만에 공식 데뷔 무대를 치렀다.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섣부른 판단이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렇다고 박주영의 앞날이 창창하다고 여기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자 섣부른 판단이다. 왓포드가 프리미어리그 승격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박주영을 ‘즉시 전력감’으로 영입한 건 맞지만 ‘주전 입지’가 보장된 건 아니다.
박주영이 경기에 뛰었으나 아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어렵다. 그저 새로 영입한 선수들을 ‘소개’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왓포드는 이날 경기에서 박주영 외에 토저, 디아키테 등 겨울 이적시장에서 데려온 3명의 선수를 모두 뛰게 했다. 토저는 풀타임을 소화했고, 디아키테와 박주영은 나란히 경기 종료 직전 교체로 출전했다.
외신은 왓포드가 효과적인 압박 속에 거둔 승리 소식을 전하면서 박주영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없었다. 그저 새로 영입한 3명의 선수를 데뷔시켰다고 짧게 전했다. 경기 종료 후 산니노 감독도 박주영에 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박주영의 경쟁자인 포레스티에리가 골을 터뜨렸다는 것도 썩 긍정적인 건 아니다. 통상적으로 그날 빼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를 종료 직전 교체 아웃시키면서 홈팬들의 기립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그 배려로 볼 수도 있다.
산니노 감독은 브라이튼 앤드 호브 알비온전을 마친 후 만족감을 나타냈다. 투톱인 디니(11골)와 포레스티에리(6골)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박주영과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잘 하고 있는데 굳이 변화를 줄 이유가 없다.
박주영은 이날 경기에서 6분여를 뛰었지만 보여준 게 없었다. 슈팅은 1개도 없었다. 파울 1개를 범해 경고를 받은 게 유일한 공식 기록이었다. 그저 ‘오랜만에 뛰었다’라는데 의미를 둘 정도였다.
박주영의 희망론은 유보할 필요가 있다. 이제 출발선에 섰을 뿐이며, 냉정히 말해 박주영은
물론, 아스날에 비해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왓포드이며, 챔피언십도 프리미어리그에 비해 한 단계 아래 무대다. 하지만 박주영은 보여준 게 없고, 이제부터 많은 걸 보여줘야 한다. 때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기 어렵다. 좀 더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