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투산) 안준철 기자] “부끄럽네요.”
나성범(25·NC)에게 ‘간판타자’라고 하니 그는 손사래를 쳤다. “아직 간판타자의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그의 말은 신빙성이 없어 보였다. 나성범은 NC 다이노스의 성장과 함께 한 선수다. NC는 창단 후 첫 신인드래프트에서 당시 연세대 졸업반인 나성범을 특별지명으로 뽑았다. 대학리그를 대표하는 좌완투수였던 나성범은 NC에 입단하자마자 타자로 전향했다. ‘빠른공을 던지는 왼손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리고 오라’는 야구격언을 무시하는 결정이었지만, 김경문 감독은 타자가 더 잘어울릴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 2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NC 다이노스 선수단이 전지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나성범이 라이브배팅에 나서 호쾌한 타격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美 투산)=한희재 기자 |
김경문 감독은 나성범을 3번타자-중견수로 못박으며 깊은 신뢰를 보냈다. 1군에 진입한 2013시즌을 앞두고 손바닥 골절로 106경기만 뛰었지만 14홈런 64타점을 기록했다. 대형타자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NC는 잘생긴 얼굴에 성실한 태도까지 갖춘 그를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려고 한다. 그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나성범은 “NC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원정경기에도 많이 찾아주셨으면 한다. 팬들의 응원은 선수들에게는 보약”이라며 프랜차이즈 플레이어 다운 발언을 했다.
나성범은 올시즌 또 다른 도전을 해야한다. 우익수로 자리를 이동하게 됐기 때문이다. NC가 FA로 영입한 이종욱을 중견수로 기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익수 자리도 주전을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박정준, 권희동 등과 경쟁을 펼칠 수도 있고,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가 외야경쟁에 가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임즈가 스프링캠프에서 1루수 훈련을 하고 있지만, 실제 1루수로 출전한 경기는 적다.
하지만 나성범은 당당하게 도전을 즐기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투산 에넥스필드에서 구슬땀을 흐리고 있는 그는 “그냥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그에게 또 다른 목표가 있다. 바로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하는 것이
나성범은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그의 진화는 끝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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