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2013년 가을이었다. 구단 창단 이후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넥센 히어로즈와 2년 연속 가을축제에 초대받은 두산 베어스가 목동구장에서 가을야구의 장을 열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넥센이 먼저 승리를 차지했다. 이에 맞서 두산이 넥센을 추격했고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승패를 가릴 수 없는 접전은 계속됐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승부를 결정짓지 못한 채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연장 10회말 1사 3루에서 김지수(27)의 호쾌한 끝내기 안타가 터져 넥센이 기분 좋은 신호탄을 터뜨렸다. 이후 두산의 3연승으로 넥센의 가을야구는 끝이 났지만, 넥센이 강팀으로 발돋움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 지난해 넥센의 "복덩이"로 떠오른 김지수는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때려 팀 승리를 지켰다. 사진=MK스포츠 DB |
지난해 6월 넥센은 최고의 고비를 맞았다. 팀 최다 8연패에서 벗어났으나 서건창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의 한숨 소리가 깊어질 때쯤 강진에서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하며 견고한 타격감으로 2군에서 주목받던 김지수를 발견한 것이다.
등장부터 남달랐다. 2013년 7월 5일 목동 LG 트윈스전. 9-9로 긴장감이 감돌던 8회말 2사 만루상황 타석에 대타자로 나선 김지수는 LG의 ‘철벽 마무리’ 봉중근을 완전히 흔들어 놓았다. 풀카운트에서 7번째 볼을 참아내며 삼중도루 작전을 성공시켰다. 김지수는 봉중근에게 11개의 공을 던지게 한 후 끝내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어 오윤의 2타점 적시타로 승리의 쇄기를 박았다.
넥센의 ‘복덩이’로 떠오른 김지수는 지난해 3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7푼1리 출루율 3할5푼7리를 기록했다. 프로데뷔 5년 만에 가장 오랜 기간 1군에서 머물었다. 김지수는 “준플레이오프의 끝내기 안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봉중근 선배와 맞붙었던 LG전이다. 그날 경기는 나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고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회상했다.
김지수는 고등학생 때 함께 청소년대표팀에서 뛰었던 박병호, 최정, 이원석 등과는 달리 곧바로 프로에 지명되지 못했다. 대신 대학교 진학을 선택했다. 하지만 김지수의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프로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었다. 김지수는 “원래 잘 했던 선수들이고 친구이기에 부럽기보다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셨다. 부모님을 생각하며 먼저 프로에 데뷔한 친구들을 보며 동기부여로 삼았다”고 전했다.
대학 졸업 후 프로무대를 밟았다. 김지수는 “프로에서의 4년이란 시간은 엄청나다. 바로 따라 잡기 힘들 것이라는 걱정도 들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할 수 있다’란 생각을 지니고 야구했다”라고 설명했다. 1군은 김지수에게 있어 끊임없이 갈망하게 하는 도전의 그라운드가 됐다.
↑ 김지수는 올 시즌 넥센이 믿고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MK스포츠 DB |
현재 미국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 중인 김지수는 올 시즌 1군에서의 풀타임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무엇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보다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전체적 밸런스를 맞춰가고 있다.
김지수는 “우리 팀에는 (이)택근이형, (박)병호, (강)정호, (김)민성이 등 잘 하는 선수가 많다. 너무 보여주려고 하면 압박감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라며 “캠프에서 같이 있는 시간이 많기에 대화하고 어떻게 하는지 보고 물어보며 실력을 다질 계획이다”
이어 김지수는 “어떤 상황에서든 걱정 안 하고 출전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 부상 없는 한 시즌을 보내기 위해 내 몸 상태를 잘 체크해가며 조절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간절함이 있기에 야구에 대한 열정도 커졌다. 무엇을 원하는 가를 알게 된 김지수는 자신의 가능성을 믿으며 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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