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살 쪄야 환영 받을 수 있는 종목이라….”
한국 여자 봅슬레이 국가대표 신미화(20‧삼육대)는 이제 스무살을 갓 넘은 파릇파릇한 여대생이다. 외모에 관심이 가장 많을 시기. 그런데 신미화의 외모 관리는 특별하다. 보통 여대생들이 다이어트에 ‘올인’ 하는 동안 신미화는 한 끼라도 더 먹으며 살을 찌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미화는 “살이 많이 안 쪄서 아쉬워요. 소치올림픽 전까지 더 많이 찌울 거에요”라며 피식 웃고 만다. 속마음은 여느 여대생들처럼 다이어트에 동참하고 싶어도 성적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한국 봅슬레이 선수들이 썰매를 타기 전 처음 겪는 고통이 있다. 무조건 닥치는대로 먹어야 한다. 눈을 떠서 잠이 들 때까지 먹고 또 먹는다. 부족한 실력보다 다른 국가 봅슬레이 선수들과 견줄만한 신체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눈물겨운 사투다.
↑ 한국 봅슬레이 국가대표 원윤종과 김동현이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식단도 따로 없다. 살을 찌울 수 있는 것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먹는다. 매 끼니마다 식판에 담는 밥은 수북하게 쌓이고, 하루에 7~8끼 이상을 먹어치워야 한다. 구토를 하면서까지 먹어야 할 정도라고 하니 이쯤되면 먹는 낙이 아니라 먹는 고통이다. 한국 봅슬레이 선수들이 지난 2년 간 해온 일이고, 올해도 소치동계올림픽이 끝나면 다시 해야 할 공포의 코스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찌운 살을 근육으로 바꿔야 한다. 엄청난 포만 상태에서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 비애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과정 덕분에 70~80kg에 불과했던 남자 선수들은 100kg을 넘는 몸을 만들었다.
성윤택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사무국장은 “우리 선수들이 처음엔 정말 왜소했다. 매년 식비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먹이고 재우고 운동시켰다. 말 그대로 사육을 한 셈이다. 그냥 살이 아닌 근육이기 때문에 목용탕을 가면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지금은 모두 100kg 이상 만들어 외국선수들과 비등해졌다”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선수들이 살과의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봅슬레이 종목의 특성 때문이다. 봅슬레이는 썰매와 선수의 무게를 합친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중량 기준이 있다. 남자 2인승은 390kg을 넘을 수 없고, 4인승은 630kg 제한이 있다. 여자 2인승은 340kg 이하가 기준이다.
가속도를 내기 위해선 무거워야 유리하다. 왜소했던 한국 선수들은 썰매에 납을 달아 억지로 무게를 늘리기도 했었다. 그러면 또 단점이 있다. 썰매
한국 봅슬레이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스타트의 발전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남모른 고통인 살과의 전쟁이 있었다. 오늘도 봅슬레이 선수들은 먹고 또 먹고 달리고 있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