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빠르면 국내 프로야구에도 내년부터 비디오 판독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인 오심논란을 해소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21일 “2015년 도입을 목표로 새 비디오 판독 규정을 연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메이저리그가 올해부터 비디오 판독 범위를 확대키로 한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는 심판들의 오심을 줄이기 위해 홈런에만 국한됐던 비디오 판독을 페어 또는 파울, 세이프 또는 아웃 등 13개 분야로 확대키로 했다. 이 때문에 국내 프로야구에도 메이저리그의 결정을 따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해 유독 빈번하게 발생했던 오심 탓에 현장 지도자, 팬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았던 이유도 크다.
↑ 지난해 6월16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13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 앞서 조종규 심판위원장이 넥센 염경엽 감독을 찾아가 전날 발생한 오심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문제는 국내엔 아직 메이저리그와 같은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자체 카메라 설치는 비용문제 때문에 언감생심이다. 심판도 한 경기당 5명으로 메이저리그보다 적다. 한 야구관계자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비디오 판독 확대는 더 큰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논란은 심판의 권위 문제다. 비디오 판독이 잦은 오심에 따른 정확한 판정을 내리기 위해서라지만 심판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도 있고, 심판 무용론이 제기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다른 야구 관계자는 “판정 수준은 예전보다 더 높아졌다”며 “심판도 사람이라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카메라 기술의 발달로 사람이 판단하기 어려운 세밀한 부분을 잡아내, 좋은 심판이 졸지에 실력없는 심판으로 전락한다. 지난해 판정 시비 중 심판의 자질이 명백하게 의심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으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도 이런 잡음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세밀한 룰을 도입했다.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는 기회를 팀 당 1회로 제한했고, 7회 이후에는 요청이 있더라도 심판팀장이 판독여부를 판단케 했다. 오심도 줄이고 심판의 권위도 세워줬다는 평이다.
↑ 지난해 6월15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13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5회 말 2사 만루에서 LG 박용택의 내야땅볼을 잡은 넥센 3루수 김민성이 2루수 서건창에게 송구해 1루 주자 오지환을 2루에서 아웃시켰으나 박근영 2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하고 있다. 이 오심으로 인해 넥센 염경엽 감독과 선발 나이트의 항의로 경기는 한동안 중단됐다. |
KBO는 여러 목소리를 귀기울여 국내 사정에 적합한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KBO 관계자는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일어나는 시행착오를 잘 살펴보고, 현장 지도자를 비롯해 야구 관계자, 팬들의 반응을 다각적으로 수렴해 우리 상황에 맞게 보완해 내년부터 판독 확대를 시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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