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문제를 풀었는데 답을 매겨줄 선생님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도, 히딩크 감독도 판단한 바는 같았다. 2014브라질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한 가장 중요한 첫 판인 러시아전의 키워드는 ‘공간’ 싸움이었다. 뒤집어 말해 ‘탈압박’이 핵심이다.
한국이나, 러시아나 전방 압박을 중요시 여긴다. 이는 지난해 11월 19일 UAE(아랍에미리트연합)을 통해 두 나라의 색깔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리고 누구의 색깔이 더 진한지, 그게 승부의 포인트다.
러시아 대표팀을 지도했던 히딩크 감독이 지난 4일 무릎 수술차 귀국했다. 히딩크 감독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말은 짧았지만 명쾌했고 정중앙을 찔렀다. 히딩크 감독은 “공간을 허용하지 않으면 러시아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간 싸움의 승자가 승리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이야기다.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역습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는 러시아다. 상당히 경제적인 축구인데 상대로선 얄밉기 그지없다. 그 밑바탕에는 강철 체력과 함께 거센 압박이 깔려있다.
↑ 한국은 지난해 11월 19일 UAE에서 러시아에게 1-2로 졌다. 체력이 떨어진 뒤 시간이 지나면서 러시아의 압박에 당한 한국이나 전반에는 빠르고 효과적인 공간 침투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사진=MK스포츠 DB |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아드보카트 감독에 이어 카펠로 감독이 뒤를 이었다. 지도자는 바뀌어도, 러시아의 기본 색깔은 확 바뀌지 않았다.
한국은 지난해 러시아와 맞대결에서 후반 들어 힘을 쓰지 못했다. 짧은 기간 안에 장거리 비행에 따른 체력 저하가 가장 큰 문제였다. 그리고 러시아의 거센 압박을 뚫지 못했다. 제대로 당했고, 제대로 한 수 배웠다.
그렇지만 ‘자신감’도 챙긴 게 사실이다. 전반은 180도 달랐다. 이근호(상주), 이청용(볼튼), 손흥민(레버쿠젠)이 수시로 자리를 바꿔가며 빈 공간으로 침투해, 러시아 수비진을 꽤나 골탕 먹였다. 공간을 넓히면서 빠른 템포의 공격으로 러시아의 압박을 쉽게 벗겨냈다.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이 없었다면 보다 많은 득점이 가능했다. 러시아가 주축 선수들을 모두 내세우진 않았으나 충분히
히딩크 감독의 족집게 과외대로 공간을 차지하느냐가 중요하다. 빈 공간을 들어가 이를 ‘우리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기 위해선 압박으로 러시아를 옭아매면서, 반대로 러시아의 압박을 빠르게 풀어내야 한다. 압박, 그리고 탈압박. 러시아전 필승을 위한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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