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중대한 한판이었는데 희비는 확실히 엇갈렸다. 온도차도 뚜렷했다. 김보경(카디프 시티)은 웃은 반면, 박주영(아스날)은 고개를 숙였다.
5일(한국시간) FA컵 3라운드(64강),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운명이 좌우될 무대였다. 생존 여부가 판가름될 판이었다는 것이다.
맥케이 감독이 영입한 김보경은 솔샤르 감독 체제로 바뀐 카디프 시티에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보여줘야 했고,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한 박주영은 경쟁자들이 이탈한 기회를 살려야 했다.
하지만 둘 다 웃지 못했다. 김보경은 솔샤르호에서도 선발 출전하며 ‘파란불’이 켜졌으나, 박주영은 또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며 ‘빨간불’이 켜졌다.
↑ 김보경은 솔샤르 감독의 데뷔 무대였던 뉴캐슬과의 FA컵 3라운드에 선발 출전해 카디프 시티의 2-1 승리에 기여했다. 솔샤르 감독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사진=MK스포츠 DB |
영국 언론 ‘데일리 메일’은 경기 최우수선수로 김보경을 꼽을 정도였다. 솔샤르 감독의 데뷔 무대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인 뉴캐슬을 상대로 ‘알차게’ 마쳤다. 자칫 실수 등으로 그르칠 경우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솔샤르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제로’에서 다시 시작된 경쟁이었는데 김보경으로선 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솔샤르호에서 가용 여부도 긍정적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박주영은 사실상 ‘아웃’ 통보를 받았다. 지루, 벤트너가 부상으로 일찌감치 결장이 예상되면서 출전 기회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그 예상대로 박주영은 FA컵 토트넘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교체 출전 선수 명단에 포함됐다. 하지만 교체 사인은 떨어지지 않았다.
월콧을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한 벵거 감독은 3장의 교체카드를 썼지만 박주영은 끝내 부르지 않았다. ‘신성’ 나브리에게마저 밀렸다. 벵거 감독의 플랜B, 플랜C에도 박주영은 없다. 더 이상 아스날에서 그의 미래 설계는 접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 박주영에게 기회는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 토트넘과의 FA컵 3라운드 교체 명단에 포함됐으나 벵거 감독의 부름은 없었다. 더 이상 아스날에 남아있어야 할 명분은 사라졌다. 사진=MK스포츠 DB |
부상자 속출이라는 최악의 재앙이 아스날에게 찾아오지 않는 한, 희망의 빛은 없는 셈이다. 냉정히 말해, 박주영이 현 주소를 현실적으로 직시할 수 있는 경기였다. ‘남으려 했던’ 박주영이 이제는 미련 없이 ‘떠나야 한다’는 걸 일깨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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