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 월드컵에 나갈 수 있어 영광이고 행복하다 했다. 월드컵이 축구인에게 주는 영광과 행복을 생각한다면 아마 홍명보 감독만큼 한껏 누린 사람도 없을 것이다.
앳된 대학생 신분으로 월드컵과 첫 인연을 맺은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에 처음 발탁되고 6개월 만에 1990년 월드컵을 나갔고 은퇴를 앞둔 마지막 무렵에도 월드컵(2002년)을 나갔다. 월드컵을 빼놓고 내 인생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회상했다. 선수로서 4회 연속 본선을 밟았던 홍명보는 2006년 독일월드컵 때 아드보카트 사단의 코치로 5번 내리 월드컵과 조우했다. 그리고 2014년, 홍명보는 또 다시 월드컵을 기다리고 있다. 벌써 여섯 번째이지만 이전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그는 지금, 감독으로서 첫 월드컵을 앞두고 있다.
↑ 홍명보 감독이 여섯 번째이자 첫 번째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한희재 기자 |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기다리고 있는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만났다. 본격적인 대회 준비를 앞두고 있는 홍 감독은 자신도 브라질 땅에서 건져 올릴 결과가 자신도 기대된다며 ‘설렘’을 말했다. 그는 “감독으로서 첫 월드컵이다. 아무래도 선수로 출전할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한다. 하지만 그 무게도 받아들여야한다. 무게에 눌려 해야 할 일을 못한다면 감독의 자격이 없다”면서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가 부담이나 책임감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다”는 말로 남은 기간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지난 6월 사령탑에 부임한 이후 홍명보 감독은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어수선했던 대표팀 분위기를 수습하면서 수많은 선수들을 테스트했고, 강호들과의 평가전을 통해 우리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동시에 홍명보호가 나아갈 방향을 잡았다. 6개월이 쏜살같았다.
홍 감독은 “지난 7월 동아시안컵을 시작으로 많은 평가전을 치렀다.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이 가세한 9월부터 전체적인 팀의 윤곽을 만들어갔다”면서 “내가 생각했던 예상 시간보다 빠르게 팀이 안정되어 갔다”는 말로 흡족하게 길을 가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한동안 큰 논란을 일으켰던 대표팀 내 선수들간의 불협화음도 빠르게 정리됐다. 홍 감독은 “(부임을 앞두고)해외파와 국내파의 갈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제가 크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갈등이 전혀 없었다고 말하진 않겠으나 선수들이 많이 노력하면서 상처가 금방 아물 수 있었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내가 선수들 사이의 문제, 팀으로서의 끈끈함을 중시하는 감독이라는 것을 선수들이 빠르게 파악한 것 같다”는 말로 우선순위로 삼았던 과제였다는 것을 에둘러 드러냈다.
↑ 홍 감독은 조별예선 통과를 위해 러시아와의 1차전에 모든 것을 걸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한희재 기자 |
지나간 6개월은 꽤 만족스러웠다. 이제 더 중요한 6개월이 남았다. 앞으로의 6개월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브라질 땅에서 가져올 성과가 결정된다. 지금까지는 ‘우리만’ 신경을 썼다면 이제는 ‘상대도’ 신경 써야하니 일이 곱절이다. 홍명보 감독은 “내가 처음 월드컵에 나갔을 땐(1990년) 상대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선수 개개인의 데이터까지 준비할 계획이다”면서 “아직 상대팀들의 최종명단이 나오지 않았으나 철저하게 준비해서 시간을 가지고 우리 선수들에 알려 대비할 생각이다”는 뜻을 전했다.
그렇게 준비해야할 팀은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다. 이들이 H조에서 대한민국과 16강 진출을 놓고 다툴 상대들이다. 다른 조와 견줘 좋은 편성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홍명보 감독도 “일반적인 시각에서 나쁘지 않은 조편성인 것은 맞다”라는 말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홍 감독은 ‘좋은 편성’이라는 것에 경계심을 가졌다.
홍명보 감독은 “최상의 조라는 평가가 정제되지 않은 채 선수들에게 다가갈까 걱정하는 것뿐이다. 한국은 분명 도전자다. 선수들이 일반사람들과 똑같이 ‘좋다’라고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선수들의 안일함을 걱정한다는 뜻이다.
작은 흔들림까지 잡아가면서 계획하고 있는 목표는 일단 조별예선 통과다. 홍 감독은 “예선 통과가 1차 목표다. 기본적으로 조별예선에서 살아남아야 그 이상의 것을 바랄 수 있다. 만약 토너먼트에 오른다면, 그 이후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작고도 큰 포부를 전했다. 그 지향점에 도달하기 위해 홍명보 감독은 1차전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각오다.
그는 “역시 첫 경기가 중요하다. 우리의 지난 월드컵 역사를 봐도 알
-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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