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반환점을 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혼전 양상에 빠졌다. 아스날, 맨체스터 시티, 첼시의 선두권은 승점 2점 차이에 불과해, 매 경기마다 순위가 뒤바뀐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같은 강팀도 점차 위력을 과시하며 맹추격에 나서고 있다.
물론, 자리 정돈은 어느 정도 됐다. 지난 시즌 상위 7개 팀이 19라운드를 마친 현재 그 ‘카르텔’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13개 팀으로선 또 넘기 어려운 ‘벽’이 된 셈이다.
연승 혹은 연패할 경우, 순위 다툼은 어찌 될지 모른다. 다들 우승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다만 저마다 위태로운 점이 있다. 그 ‘약점’을 얼마나 메우느냐가 우승 레이스의 최대 분수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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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날은 순위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익숙하지 않은 자리를 끝까지 지키기 위해서는 우승을 다투는 라이벌전 성적을 보다 끌어올려야 한다. 사진 제공= TOPIC/ Splash News |
아스날은 현재 1위다. 이제는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 꽤 오랫동안 머물고 있다. 외질, 플라미니의 영입과 램지의 성장은 아스날의 잠재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그러나 아스날은 여전히 2% 부족하다. 12월 들어 삐걱거렸지만 무엇보다 우승을 다툴 라이벌과 전적이 너무 좋지 않았다. 토트넘, 리버풀만 이겼을 뿐이다. 맨유와 맨시티에겐 충격적인 패배를 했고, 첼시와 에버튼을 상대로는 홈 이점을 갖고도 승점 1점을 챙기는데 그쳤다.
‘독주’ 체제였던 아스날이 추격을 허용한 건 이들과의 전적에서 밀렸던 게 컸다. 다시 한 차례씩 겨룰 텐데 그때도 실망스러운 결과를 거둔다면, 아스날의 우승 전전에는 ‘빨간불’이 들어올 것이다.
최근 ‘페이스’만 보면 가장 우승 후보에 가까운 팀은 맨시티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폭발적인 득점력(54골·경기당 평균 2.84골)을 자랑하고 있다. 강등권의 3팀(풀럼·웨스트햄·선덜랜드)의 총 득점(52골)보다 많다. 아스날을 대파한 뒤 5연승의 휘파람을 불고 있다.
그렇지만 맨시티의 절대적인 약점은 원정 부진이다. 홈 전승(10승)과 달리, 원정에서는 3승 2무 4패로 형편없다. 상위 7개 팀 가운데 가장 저조하다. 12월 들어 웨스트 브롬위치, 풀럼을 이기며 달라지는 듯하나, 힘겹게 거둔 승리였다. 원정 승률을 끌어올리지 않는 한, 맨시티의 정상 등극은 힘들어 보인다.
아스날과 맨시티의 고민을 동시에 안고 있는 게 리버풀이다. 리버풀은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토트넘을 5-0으로 크게 이기면서 비야스 보아스 감독을 경질시켰던 ‘주인공’이지만, 원정에서 승리한 건 딱 3번이었다. 그 상대도 아스톤 빌라, 선덜랜드로 약체였다. 원정만 가면 못 이기고 돌아오는 일이 많았다.
여기에 리버풀은 라이벌과 대결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초반 휘청거리던 맨유만 이겼지, 아스날, 맨시티, 리버풀에게 내리 졌다. 에버튼과도 3골씩 주고받은 끝에 비겼다. 리버풀은 어떻게 올라간 선두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5위까지 미끄러졌고, 아스날과는 승점 6점차로 벌어졌다. 맨시티, 첼시에게 적어도 패해선 안 됐는데 끝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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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유는 최근 저력을 발휘하며 4연승을 내달렸다. 그렇지만 경기 내용은 딱히 만족스럽지 않았다. 뒷문은 너무 허술했고 불안했다. 사진 제공= TOPIC/ Splash News |
무리뉴 감독의 지도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첼시의 지휘봉을 다시 잡고 우승권으로 단번에 올려놓았다. 최근 맨체스터 형제들에게 굴욕적인 시즌을 보냈던 걸 고려하면 대조적이다.
그렇지만 첼시는 에버튼에게 일격을 당했듯, 엉뚱한 시점에서 발목이 잡히고 있다. 첼시는 올 시즌 3패를 했는데 에버튼, 뉴캐슬, 스토크 시티에게 당했다. 3경기 모두 원정이긴 했으나 잡아야 할 상대를 잡지 못했다.
여기에 첼시는 최근 득점력이 떨어졌다. 자연스레 압승은 사라졌다. 공격진의 부진이 크다. 토레스, 에투, 바는 6골을 합작했을 따름이다. 혼자 8골을 넣은 아자르보다 적다. 킬러들이 눈을 뜰 때까지 기다리긴 어렵다. 이미 많이 기다렸다. 첼시로선 새로운 최전방 공격수 없이 우승을 노리기엔 힘들어 보인다.
맨유는 정신을 차렸는지, 엄청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한때 퍼거슨 감독의 빈자리를 느끼면서 중하위권까지 추락했으나 어느새 6위까지 올라갔다. 최근 4연승 행진이며 아스날과도 8점차로 좁혔다. 맨유의 저력을 떠올린다면, 8점차는 충분히 뒤엎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맨유의 수비다. 맨유는 22실점을 했다. 실점이 좀 많은 편이긴 하나, 그렇다고 라이벌과 비교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결과가 아닌 내용이 중요하다. 맨유 수비는 4연승을 하면서 3실점만 했다. 하지만 실점 위기가 수두룩했다. 어떻게든 골을 만들어 이겼지만, 그 ‘저력’과 ‘행운’이 지속될 수는 없다. 맨유의 수비는 견고함을 잃은 지 오래다. 우승을 논하기엔 뒷문이 너무 허술하다.
감독 교체 카드를 꺼낸 토트넘도 맨유처럼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셔우드 감독 체제에서 리그 성적은 2승 1무다. 나쁘지 않다. 7득점으로 답답했던 골 가뭄도 점차 씻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완성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토트넘은 라이벌을 상대로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3무 3패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0-5 패배와 0-6 패배도 있었다. 아스날, 리버풀보다 더 암울하다.
에버튼은 4위다. 모예스 감독과 펠라이니가 떠나고도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 첼시, 맨유를 꺾었고 승점 3점이 귀한 아스날, 리버풀의 발목도 제대로 잡았다. 상위권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최대 변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지만 에버튼이 또 ‘우승’이 아닌 ‘4위’ 싸움에 만족해야 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그들에게 달렸다. 에버튼은 상위권 팀과는 잘 싸우면서 하위권 팀에게 약한 이상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최하위 선덜랜드에게 첫 홈 패배를 기록했다. 노르위치 시티, 웨스트 브롬위치, 카디프
에버튼은 7무로 웨스트 브롬위치에 이어 가장 많이 비겼다. 상위 7개 팀 가운데 최다 무승부다. 잘 지지는 않고 있으나 이겨야 할 경기도 못 이기고 있다. 보다 많은 승리가 필요한 에버튼이다. 그렇기 위해선 약팀을 이기는 방법을 확실히 터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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