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최강희 전북 감독은 유쾌한 입담의 소유자로 유명하다.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요소요소 넣으면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면서도 필요한 내용을 전달할 때는 더 없이 진지하다. 꼭 한 번은 다시금 곱씹게 만드는 최강희 감독의 화술은 사람을 끌리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때문에 최강희 감독에게는 강의 요청이 잦은 편이다. 하지만 지금껏 최강희 감독은 거절해왔다. 비공식적인 자리 외에는 대부분 마다했다. 하지만 그 손사래를 이번만큼은 거둘 수밖에 없었다. 시즌이 끝난 뒤 서울에서 만난 최강희 전북 감독은 “다른 곳은 몰라도, 이곳에서만큼은 마이크를 잡아야할 것 같다”는 뜻을 전했다. 그곳은 지역 내 원광고등학교(교장 한은수)였다.
↑ 다른 특강을 마다하던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이 원광고 학생들의 요청은 받아들였다. 정으로 이어지는 그의 마케팅은 또 다른 정을 낳고 있다. 사진= 전북현대 제공 |
최 감독은 “대학 입학 실패와 축구선수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좌절 등을 겪다가 언젠가 ‘정말 축구에 미쳐보자’라는 마음으로 매일 새벽에 일어나 산을 뛰고 연습했더니 1년 후 ‘국가대표로 선발됐으니 들어와라’는 태릉선수촌의 전화를 받았다”며 “29살이라는 늦은 나이로 달았던 태극마크는 너무 간절했다. 새로운 선수생활과 내 이름을 지키기 위해 그 전 1년보다 더 열심히 축구를 했다. 미친 듯이 열심히 하니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회상했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 대상이라 수위를 낮췄는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미친 듯이’는 ‘죽을 듯이’까지 가야한다는 지론이다. 최 감독은 평소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자신이 얼마나 애절하게 축구를 대하느냐다. 애절하게 운동하면 서른 살이 넘어도 축구가 는다”면서 “열심히 하는 선수는 미친 듯이 하는 선수에게 지고, 미친 듯이 해도 죽을 듯이 뛰는 선수를 따라잡을 수 없다. 그 죽을 듯이 단계를 넘어가면 이제 즐기게 되는 것이다. 벼랑 끝까지 가야 엄청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요즘 선수들은 거기를 가지 않으려 한다”면서 안타까움을 전해왔다.
최강희 감독은 원광고 학생들에게도 “항상 목표를 크게 잡고 큰 꿈을 꾸는 사람이 되어라. 그리고 자신이 잘하는 것, 원하는 것을 찾아서 미친 듯이 열심히 해 그것을 해내는 사람이 되라”는 조언으로 특강을 마쳤다.
그 어떤 장소와 대상이 요청하던 특강도 마다했던 최강희 감독이 고등학교 학생들의 요구에 움직이게 된 것은 특별한 고마움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특강은 원광고 송태규 교감의 열정적인 요청으로 이루어 졌다. 송 교감은 자타가 공인하는 전북의 오랜 팬이다. 시즌 중 원광고 서포터스를 결성, 단체 응원과 함께 <이장님 원광고 꼭 한번 오이소~>란 현수막을 경기장에 부착하는 등 열띤 응원을 펼쳐 왔다.
최강희 감독은 “교감선생님의 특별한 축구사랑을 알고 있었다. 평소에도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원광고에서 강의 제안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구단에서 조심스럽게 다음으로 연기할까 물어 와서 고민하다 올해 안에 잡으라고 말했다”면서 그야말로 ‘특강’이 성사된 배경을 설명했다. 정이 봉동이장을 움직인 셈이다. 그리고 이 정은 또 다른 정을 낳고 있다.
강의를 함께 들은 송태규 교감은 “학업에 지친 아이들에게 축구 응원은 새로운 활력이자 스트레스 해소의 장이 된다. 축구를 보고나면 학생들이 새로운 힘을 얻고 학업에 더 집중한다”면서 “특강을 진행해
최강희 감독은 “구단이 팬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줘야할 것인지를 항상 생각해야한다. 진심으로 다가가면, 팬들도 진심으로 오게 마련이다”는 견해를 밝혔다. 봉동이장답게 그가 추구하는 마케팅에는 사람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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