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프로선수에게 트레이드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원 구단에서 버림받았다는 상처와 어디 두고보자는 오기가 생긴다. 때문에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달고 있는 선수에게는 이 트레이드를 받아들이는 속도에 따라 미래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26일 두산 베어스 ‘미래의 4번 타자’로 꼽혔던 윤석민(28)은 장민석과 1대1 맞트레이드로 넥센 히어로즈로 둥지를 옮겼다. 당시 두산팬들은 “믿을 수 없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아쉬워했다. 트레이드 당사자였던 윤석민 역시 얼떨떨했던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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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민의 트레이드로 넥센의 "대포 군단"이 더 막강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사진=MK스포츠 DB |
하지만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윤석민은 “현실적으로 두산에서 내가 잘 한 내용이 없었다. 팬들도 언젠가는 내가 터질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나, 많이 보여준 모습이 없었다”라며 한 숨 쉬었다. 이어 윤석민은 “두산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것 같다. 입단 초반에는 3루수에는 김동주 선배가 있었고 공익 근무요원 제대 후에는 (이)원석이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항상 기회만 준다면 잘 한다는 말이 싫었다. 2군에서도 ‘석민이는 아까운 선수다’라며 안타까워할 때 제일 속상했던 건 나 자신이었다”라고 말했다.
윤석민에게는 이번 트레이드가 기회라기 보다 부담으로 다가왔다. 주 포지션인 1,3루수에는 이미 확실한 주전 선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민은 “트레이드될 거란 생각은 해봤지만, 넥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올 시즌 워낙 주전 선수의 자리가 확고했던 팀이다. 특히 1루에는 (박)병호, 3루에는 (김)민성이가 있었기에 ‘이 팀에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왜 하필 넥센인가’란 생각도 들었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낯선 분위기에서 적응해야 했다. 다행히 넥센 선수단은 새 식구가 된 윤석민을 반갑게 맞아줬다. 자율적인 분위기의 훈련도 윤석민과 잘 맞았다. 윤석민은 “솔직히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보름 정도 꾸준히 목동구장 내 웨이트장에서 개인훈련을 하면서 선수들과의 친분을 쌓았다. 이제 낯설지 않고 내 팀이라는 느낌을 받는다”라며 웃었다.
팀 적응력도 빨랐다. 먼저 두산에서 트레이드된 이성열과 허도환이 윤석민을 도왔다. 윤석민은 “(이)성열이형이 이전 팀에서 나를 버렸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기회가 많을 것이니 오히려 내가 얻었다고 생각하라고 했다”라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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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8일 윤석민은 넥센 선수단과의 상견례 이후 팀에 합류해 개인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트레이드를 새로운 시발점으로 잡은 윤석민은 주저할 시간이 없었다.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윤석민은 “새로운 계기가 생겼다고 생각하니 개인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내년에 잘 해야 한다는
윤석민의 합류로 내년 넥센의 공격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 윤석민 역시 새로 펼쳐진 야구인생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gioia@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