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재호 기자] 추신수의 계약이 오리무중이다. 다른 대어급 FA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새로운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19일에는 뉴욕 양키스의 7년 1억 4000만 달러 계약 제의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추신수에게 양키스는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그가 새로운 팀의 기준으로 제시한 ‘우승 가능성’과 ‘많은 교민들’이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선택이었다. 양키스도 그의 주 포지션인 우익수 자리가 약점으로 지적됐기 때문에 둘의 매치는 최선의 선택 같았다.
그러나 추신수는 이를 거절했다. 가장 큰 문제는 금액이었다. 이 사실을 최초 보도한 ‘야후스포츠’에 따르면, 추신수 측은 양키스와 계약한 제이코비 엘스버리의 7년 1억 5300만 달러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계약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7년에 1억 4000만 달러만 해도 충분히 대박 계약이라 할 수 있지만, 같은 팀에 입단한 엘스버리와 비교가 되는 부분 때문에 제의를 거절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 추신수의 계약이 오리무중에 빠졌다. 사진= MK스포츠 DB |
보라스, 계약에 명예가 달렸다
‘슈퍼에이전트’ 보라스에게 추신수 계약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는 이번 겨울 이적시장의 방점을 찍는 계약으로 추신수를 택했다. 추신수의 계약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라스에게 추신수 계약은 명예 회복의 기회이기도 하다. 보라스는 올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FA 최대어였던 로빈슨 카노가 시즌 도중 자신을 해고하고 새로 에이전트 사업에 진출한 힙합가수 제이-지와 손을 잡았다. 제이-지는 자신의 신곡에서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보라스를 조롱했다.
↑ 스캇 보라스에게 추신수는 이번 오프시즌 자존심 회복을 위한 마지막 기회다. 사진= MK스포츠 DB |
자신을 해고한 고객이 새로운 에이전트와 함께 대박 계약에 성공했다. 보라스로서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고객 중 남은 대어급 FA는 추신수 한 명. 당연히 구단의 제안에 쉽게 ‘OK’를 외치지 않을 것이다.
추신수, 뉴욕은 부담스럽다
아무리 보라스가 슈퍼 에이전트라고 해도 결국 계약 선택 여부는 선수 자신에게 달려 있다. 뉴욕 양키스의 제안은 추신수에게도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양키스의 금액 제안이 엘스버리보다 적었던 것도 불만이겠지만, 뉴욕이라는 연고지 자체를 부담스러워했을 가능성도 높다.
뉴욕은 대표적인 ‘빅 마켓’이다. 이는 한인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웬만한 미국 대도시에는 적지 않은 한인 사회가 구성돼 있지만, 그중에서도 뉴욕은 LA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팬들의 관심도 크지만, 한인 매체의 수도 많다. 류현진이 뉴욕 원정을 왔을 때는 홈팀만 사용하는 기자회견실을 따로 빌렸을 정도다.
↑ 추신수가 지난 7월 29일 LA다저스와의 경기에서 2루 도루에 성공한 뒤 발목을 풀고 있다. 추신수는 이 과정에서 발목 부상을 입었다. 사진= MK스포츠 DB |
경기 전 훈련에 집중하는 추신수의 성격상 부담이 갈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그 때문일까. 다저스 원정 첫 경기에서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던 추신수는 이후 3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 1볼넷 1도루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마지막 경기에서는 도루를
추신수가 양키스를 선택할 경우, 그때와 비슷한 관심을 끌 것이다. 한인 사회뿐일까. 현지 언론도 거액에 계약한 그인 만큼 매 장면 그의 모습에 대해 일희일비할 것이다. LA 원정에서 ‘빅 마켓’에 대한 부담감을 실감한 그에게 양키스, 그리고 뉴욕은 부담스런 선택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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