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4년 부활을 꿈꾸며 송은범(29·KIA)은 오프시즌 이를 악물었다. 마무리 훈련에서 2000개의 공을 던지는 등 솔선수범하며 진지한 자세로 임해 선동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그를 향한 ‘따뜻한’ 시선 속에 기대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와 별도로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다. 송은범은 딱히 할 말이 없다. 올해 성적이 보잘 것 없다. 지난 5월 2대2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었고, 셋업맨과 마무리 보직을 맡았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부상 여파에다 투구 밸런스를 잡지 못했고 2군까지 내려갔다. 1승 7패 5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7.35로 프로 데뷔 이래 최악의 성적이었다.
KIA는 5월 이후 내리막길을 타며 8위로 시즌을 마쳤다. 아이러니컬하게 송은범이 오기 전까지 KIA는 1위였다. 불펜 강화를 마지막 퍼즐로 여기고 송은범을 데려온 것인데, 그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KIA의 추락이 송은범의 탓은 아니었지만 송은범이 팀 추락을 막지 못한 건 분명하다.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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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은범은 프로 데뷔 이래 가장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SK에서 FA 프리미엄 혜택도 누렸다. 그러나 KIA에서 첫 연봉 협상 테이블에선 찬바람이 분다. 대폭 삭감이 유력하나, 그렇다고 지나칠 정도로 크게 깎이지 않을 수도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송은범의 올해 연봉은 4억8000만원이다. 지난해 연봉 2억4000만원에서 100% 인상됐다. 성적에 따른 연봉 인상이라기보다 ‘FA 프리미엄’ 효과를 톡톡히 봤다. 2012년 송은범의 성적은 8승 3패 평균자책점 4.15로 SK를 6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었으나, 100% 인상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SK는 지난 1월 FA 유출을 고려해 정근우, 최정, 송은범에게 모두 2억4000만원씩을 올려줬다.
일단 FA 프리미엄은 많이 빠질 전망이다. KIA는 지난해 FA 자격을 취득할 이용규와 윤석민에게 큰돈을 안기지 않았다. SK 같은 FA 프리미엄은 없었다. 윤석민은 3억8000만원으로 동결됐고, 이용규는 3억4000만원으로 4000만원만 인상됐다.
그런데 공교롭게 그 FA 프리미엄이 송은범을 감싸고 있다. 올해 FA 자격일수를 채우지 못한 송은범은 내년 시즌 일정의 2/3를 1군 엔트리에 등록될 경우, 생애 첫 FA 자격을 취득한다. 마무리 캠프에서 최고의 몸 상태와 구위를 선보였던 송은범은 재기를 자신하고 있다. 그리고 KIA 마운드의 중심축이다. 큰 부상이 없는 한, 송은범은 내년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게 된다.
KIA로선 최악의 상황인 송은범을 놓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보상금이라도 두둑하게 챙겨야 한다. KIA는 지난 11월 이용규를 한화에 보내면서 보상금 6억8000만원과 보상선수 한승택을 얻었다. 리그 최고 톱타자 가운데 1명인 이용규라는 걸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보상 규모는 아니다.
더불어 KIA는 최근 예비 FA에 대해 돈을 듬뿍 안겨주진 않았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냉정하게 대하지도 않았다. 장성호, 김상훈(이상 2009년), 이현곤(2012년), 윤석민, 이용규 등이 최근 KIA에서 FA 권리를 행사했는데, 전년도 연봉이 삭감됐던 건 이현곤(1억
송은범은 올해 KIA 투수 가운데 최고 연봉자였다. 2위는 윤석민, 3위는 서재응(3억5000만원)이었다. 송은범은 큰 폭의 삭감 절차가 준비돼 있다. 그러나 윤석민은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고, 서재응 또한 칼바람 대상자다. FA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1위 자리는 지킬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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