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선수들도, 구단도 대장정을 마치고 휴식을 보내고 있을 때다. 하지만 달콤함은 본디 짧은 법이다. 이제 곧 또 다시 다가오는 새로운 대장정을 준비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해야한다. 선수는 선수대로 몸을 만들어야하고, 구단은 구단대로 팀을 만들 준비에 바빠지는 시기가 온다.
모든 팀들이 다르지 않겠으나 큰 열매를 맺은 팀은 더욱 바쁠 수밖에 없다. 선수들에게 노력의 대가를 돌려주면서 다음 시즌을 함께 도모해야하는데, 그 작업이 쉬운 게 아니다. 잡아야할 선수들, 챙겨줘야 하는 선수들을 생각하면 골치가 아프게 마련이다. 그런 측면에서 포항은 머리가 곱절로 아프다.
↑ ‘화용 신’으로 통하는 신화용 골키퍼가 FA 자격을 얻었다. 포항으로서는 반드시 잡아야할 선수다. 아니, 모셔둬야 하는 선수다. 사진= 스포츠공감 제공 |
우승의 숨은 공신이다. 골키퍼라는 포지션 때문에 숨은 공신이라 표현한 것이지 일등 공신이라는 표현도 아깝지 않다. 정규리그 33경기에 출전해 겨우 31골만을 내주면서 0점대(0.94) 실점률에 성공했다. 지난 2004년 포항에서 데뷔해 정확히 10시즌 째 포항에서만 뛰고 있는 ‘원클럽맨’ 신화용의 커리어 중 가장 낮은 실점률이다. 리그 전체에서도 울산 김승규(32경기 27실점)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골키퍼로서는 작은 신장(182cm) 때문에 빛이 바래고 있으나 기량은 ‘국대급’이라는 평가가 많다. K리그에서 뛰고 있는 모든 선수들을 통틀어도 가장 평가절하 되는 선수 중 하나가 신화용일 것이다. 그런 신화용이 FA 자격을 얻었다. 포항으로서는 반드시 잡아야하는 대상이다. 잡는다는 표현도 미안하다. 모셔야할 선수다. 이번에도 의리만 기대한다면, 대우도 아니고 예우도 아니다.
신화용과 포항은 지난해 이맘때도 같은 고민에 싸여 있었다. 그때도 자유계약 신분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2004년부터 포항에 충성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신화용은 내심 기대가 컸다. 거액을 제시한 다른 구단의 러브콜도 있었다. 하지만 신화용은 포항에 남았다. 다른 팀의 ‘손짓’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금액이었으나 ‘의리’를 저버릴 수 없었다. 그런 신화용이 또 다시 고민에 빠져 있다.
이번에도 역시 주위의 ‘손짓’은 많다. K리그 다른 클럽은 물론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 신화용을 둘러싼 공공연한 비밀이다. 올 시즌 활약으로 몸값은 더 올라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화용의 1순위는 여전히 포항이다.
신화용은 MK스포츠와의 통화에서 “다른 구단에서 제안이 들어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외국에서도 오퍼가 오고 있다. 하지만, 우선적인 마음은 포항에 남고 싶다는 것이다. 구단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때문에 다른 구단들의 제시액보다 많은 금액을 원치는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근접한 수준은 됐으면 좋겠다”는 ‘선한 제안’을 전했다. 이쯤이면 포항 구단에서 감사패라도 줘야하는 수준이다.
시즌을 마친 뒤 휴식을 취하고 있던 신화용은 “월요일(16일)에는 포항에 다시 내려갈 생각이다. 이제 다시 운동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면서 웃었다. 포항 선수단에게 주어진 공식적인 휴식은 1월 초까지다. 이런 자발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신장을 비웃은 최고의 고지에 오를 수 있었다.
다른 선수들의 귀감이 됨은 물론이다. 선수단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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