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으로선 억울한 일이다.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이루고도 ‘관중일’이니 ‘기득권 야구’니 하는 비아냥을 들어야 하니 말이다. 류 감독이 삼성 극성팬들로부터 듣는 비난의 단초는 ‘변화를 두려워 한다’는 것이다.
사실 류 감독은 2011년 처음 지휘봉을 잡은 이후 3년 동안 주전 라인업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다. ‘화수분 야구’가 프로야구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 요즘 삼성팬들이 보기에 류중일 감독은 거꾸로 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름값으로만 야구 한다’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 |
하지만 류중일 감독 입장에선 이런 팬들의 야유가 야속하다. ‘화수분 야구’가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팀은 반대로 얘기하면 1군 주전의 층이 불안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똘똘한 주전들이 펄펄 날고, 해마다 우승을 하는데 ‘세대교체’를 하는 아둔한 감독이 있을까. 그렇다고 류 감독이 신인 육성을 게을리 하는 것도 아니다. 삼성 2군엔 차기 삼성왕국을 이끌 유망주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다.
‘새로운 변화’를 끊임없이 원하는 팬들의 요구를 애써 외면한 류중일 감독이 내년 시즌엔 많이 달라질 것 같다. 부임 후 4년 차, 스스로 ‘제2기’라고 밝힌 2014년엔 변하지 않곤 살아남기 어렵다는 절박감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주역>에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란 구절이 있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영원하다’란 뜻이다. 삼성이 놓여있는 현실을 잘 대변하고 있는 어귀다.
20승 투수와 맞먹는 오승환이 떠났다. 다소 기복은 있지만 3년 동안 톱타자 자리를 지킨 배영섭은 군에 입대한다. 3연패의 절대전력인 포수 진갑용은 내년이면 만 40세다. 이미 2~3년 전부터 급격한 체력저하를 보이고 있다.
주변에서 FA 포수 강민호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삼성은 외면했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 어떻게든 강민호를 데려오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시리즈를 3연패한 팀이 FA 경쟁에 뛰어 드는 건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더군다나 삼성이…”라고 말했다.
이제 변해야 할 시점이다. 내년에도 목표는 우승인데 전력은 분명 약해졌다. 넥센과 LG 등 상위권 팀의 전력은 더욱 탄탄해졌다. 지금 이대로는 우승이 버겁다. ‘궁하면 변해야 산다’는 문구가 실감나는 삼성이다.
류중일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자신감’이다. 류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초 긍정 마인드’로 유명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대수롭지 않게 웃어 젖혔다. 대구 삼덕초등학교 2학년 때 야구를 시작해 41년 동안 탄탄대로를 걸어온 류중일 감독이다.
내년에는 어떤 식으로든 삼성 야구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오승환이 빠진 불펜을 송두리째 새로 짜야 한다. 테이블세터진도 재편해야 한다. 무엇보다 진갑용의 후계구도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제1, 제2, 제3의 플랜을 짜둬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이 모두가 류중일 감독을 정점으로 한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한국시리즈 3연패로 ‘선동열 그림자’를 벗어났다고 하지만 내년 시즌 우승에 실패하면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 있다.
류중일 감독의 최고 장점이
류중일 감독의 2014 시즌은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이다. 어떤 변화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 설지 기대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특유의 ‘자신감’으로.
[매경닷컴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