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K리그 역사상 가장 짜릿한 결승골과 함께 ‘시즌 더블’을 달성한 포항의 황선홍 감독이 데얀에게 막판 추월을 허용한 울산 공격수 김신욱의 득점왕 등극 실패를 아쉬워했다. 우승 직전 허망하게 꿈이 무너진 상대 팀에 대한 작은 배려였을까? 아니다. 애제자 이명주를 위함이었다.
우승 후 포항에서 만난 황선홍 감독은 같은 날 열린 전북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1골을 추가해 결국 득점왕 3연패를 달성한 데얀을 언급하며 “정말 대단한 선수다. 어떻게 7골 격차를 따라잡는가. 그것이 진짜 골잡이다. 따라 잡겠다면 잡겠다는 그 의지를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는 말로 혀를 내둘렀다.
황선홍 포항 감독이 울산 김신욱의 득점왕 등극 실패를 아쉬워했다. 제자 이명주의 MVP 수상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사진= MK스포츠 DB |
이에 황선홍 감독은 “이번에는 신욱이가 득점왕을 받았어야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우승을 놓친 것에 대한 위로 때문이 아니라, 이명주 때문이었다. 김신욱이 득점왕을 받아야 시즌 MVP 투표에서 이명주가 반사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명주는 김신욱 그리고 FC서울의 캡틴 하대성과 함께 2013년 K리그 대상 MVP 후보에 올랐다. 이 부문 역시 애초에는 김신욱의 수상이 유력해보였다. 팀 성적도 그렇고 생애 첫 득점왕 등극이라는 가산점도 컸다. 그런데 일이 꼬여버렸다. 우승도 놓쳤고 득점왕도 무산됐다. 이로 인해 이명주가 급부상했다. 기자단 투표는 12월1일 오후 5시까지 진행됐다. 우승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황 감독은 “신욱이가 득점왕을 받았으면 아무래도 MVP는 이명주 쪽으로 기우는 것 아닌가”며 입맛을 다셨다. 김신욱을 향한 동정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였다. 황선홍 감독의 욕심은 결국 제자를 향한 유세로 이어졌다.
황선홍 감독은 “이제 막 선수생활을 시작한 명주지만 앞으로 은퇴할 때까지 정규리그 우승은 다시 경험하지 못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는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내지 않은 채 편안하게 임했지만, 주어진 기회는 반드시 잡아야한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명주를 위해 김신욱을 걱정했던 황선홍 감독의 마음은 통할 수 있을 것인지. 3일 오후 4시에 열리는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대상’ 시상식 현장에서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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