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를 한 신필렬 씨는 야구단에 오기 전 삼성의료원 행정 부원장을 지냈다.
신 전 대표는 야구단 사장으로 처음 부임해 재미있는 말을 했다. “의사와 야구인은 똑 같다.”
신 전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전문 경영인으로 의사나 야구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는 “내가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해서 간섭할 수 있나? 내가 하는 일은 병원의 경영을 잘 해 발전시키고, 좋은 의료진을 모셔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의사와 야구인은 똑 같다’고 규정한 것은 둘 다 ‘전문직’이란 뜻이다. ‘전문직’의 영역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논리였다.
프런트의 입김이 세기로 유명했던 삼성은 신필렬 전 대표가 온 뒤 거짓말처럼 달라졌다. ‘야구영역’은 전문가들한테 맡기고, ‘운영영역’은 프런트의 몫으로 철저히 분리한 것이다.
구단의 장기플랜을 만들고, 이에 맞는 예산을 책정하는 일. 구단이 추구하는 색깔에 맞는 코칭스태프를 꾸리고, 선수를 스카우트해 육성하는 일. 여기까지가 ‘운영영역’이다.
‘야구영역’은 말 그대로 경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투수 로테이션과 타순을 짜고, 선수들 개개인에게 임무를 부여하는 일. 경기 승패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일이다.
신 전 대표가 재임 중인 2002년, 삼성이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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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야구인들은 선수단 운영에 프런트가 끼어드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전문가로서 갖고 있는 전문영역에 대한 자존심 때문이다.
이제 국내 프로야구도 출범한 지 30년이 넘었다. 그 동안 야구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듯이 프런트의 야구행정력도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야구단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한 직원들도 각 구단에 한두 명씩 포진해 있다. 이들은 실제 그라운드에서 선수생활만 안했을 뿐 ‘야구 전문가’라 해도 무방하다. 이런 고급 인력이 선수단 뒷바라지만 한다면 얼마나 낭비겠는가.
관건은 현장과 프런트 간에 소통과 존중이다. 삼성이 1985년 통합우승을 빼놓고 20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한 건 이 부분이 안됐기 때문이다. 구단은 돈만 쏟아 부었지 프런트는 코칭스태프를 불신했고, 코칭스태프는 프런트에 줄 서기 바빴고, 선수들은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양 쪽의 눈치 보기에 신경을 곤두 세웠다.
‘프런트 야구’란 이
이들의 공통점은 ‘서로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대호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