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울산) 임성일 기자] 완벽한 시즌이 됐다. 올해로 감독 6년차. 그리 많지 않은 경력 속에 올해보다 화려한 시즌은 없었다. 앞으로 지도자 생활을 할 시간이 창창이니 속단할 수는 없겠으나 앞으로도 올 시즌 같은 행복은 흔치 않을 공산이 크다. 그만큼 황선홍 감독에게 2013시즌은 잊을 수 없는 이정표가 됐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포항스틸러스가 12월의 첫날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3 K리그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추가시간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면서 대망의 정규리그 챔피언을 확정지었다. 마음먹고 단단히 내려앉았던 울산의 방패를 뚫지 못하는 듯 했으나, 거짓말 같은 골이 터지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더더욱 짜릿했고 극적이었다.
올해는 황선홍 감독과 포항의 해였다. K리그 30년사에 어떤 팀도 해내지 못한 시즌 더블을 달성했다. 내용과 결과 그리고 미래까지,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사진= MK스포츠 DB |
다들 알다시피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이 치른 시즌이라 더더욱 놀랍다. 이런 상황에서 내용도 결과도 모두 잡았다. 결국 시즌 초,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내세웠던 황선홍 감독의 원대한 포부는 현실로 이뤄졌다. 어려운 약속을 지킨 셈이다.
황선홍 감독은 시즌을 앞둔 올 1월 MK스포츠와 만나 “워크숍 때 선수들에게 이야기 했다. 올 시즌 목표를 플레이를 잘하는 팀으로 잡자고. 우승에 대한 욕심은 있으나 그렇다고 우승을 바라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기고 지는 것, 우승을 하고 안하는 것보다 축구를 잘하는 팀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는 뜻을 전했다.
실상 고육책 성격이 있었던 목표다. 왜 황선홍 감독이라고 굵직한 외국인 공격수를 쓰고 싶지 않겠는가. 어려운 고비 때마다 “아무리 경기를 잘 풀어도 마무리를 짓지 못하면 소용없는 것이다. 승부처에서는 경기력보다 결정력이 중요하다”는 말로 팀의 아킬레스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황 감독은 현실을 부정하지도, 피해가지도 않았다.
시즌 초 그는 “(구단의 상황을)이해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푸념은 불필요한 일이다. 지금 해야 할 고민은, 이 위기를 어떻게 다시 기회로 만들 수 있냐는 것에 맞춰야하고 선수들에게 충분히 설명해 긍정적인 생각으로 돌아서게끔 만드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도 극복해야 지도자로서의 또 다른 발전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 생산적인 고민의 답은 미래를 내다본 ‘좋은 축구’였다. ‘축구를 잘하는 팀’이었다. 사실 큰 꿈이다.
덧붙여 “지난 시즌 막바지의 경기력이 내가 지향하는 축구에 많이 근접했다. 그런 플레이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강팀의 요건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주전들과 백업의 차이도 줄여야한다.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감독은 팀의 미래도 생각해야한다”면서 “욕심 없는 감독은 없다. 나도 성격이 급하다. 하지만, 돌아가야 할 때 돌아가는 법을 알아야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5년을 통해 깨달았다”는 말을 했다.
결국 올해는 ‘결과’를 얻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다음을 도모하기 위해 ‘내용’에 방점을 찍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황선대원군’과 ‘스틸타카’라는 신조어는 모두 포항의 경기력이 호응을 끌어냈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2관왕이라는 확실한 결과까지 얻었다. 여기에 이명주 고무열 김승대 등 차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면서 풍성한 열매까지 거둬들였다. 내일을 바라보면서 오늘도 살 찌웠다. 황선홍 감독에게 2013년은 너무도 화려했다. 포항의 조건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대단한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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