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울산) 임성일 기자] 12월의 첫날이자 2013시즌 K리그 클래식 마지막 라운드에 울산 문수구장은 토너먼트 결승전 같은 무대였다. 리그 선두 울산과 2위 포항이 이기는 자가 모두 가져가는 최후의 한판을 펼치게 됐다. 이 벼랑 끝 승부에서 포항이 웃었다. 지독하게도 막아내던 울산의 방패를 후반 추가시간에 뚫어내면서 1-0으로 승리, 드라마를 썼다.
우승 확률이 높았던 팀은 가능성이 떨어진 채로 마지막 경기에 임했고, 가능성이 희박했던 팀은 없던 기회가 생긴 꼴이었다. 전자는 내내 1위를 달리던 울산 이야기고 후자는 2위로 끝까지 추격했던 포항이다. 부담이라는 측면에서는 울산이 클 수밖에 없던 경기다.
포항이 2013년 K리그 클래식 챔피언에 등극했다. 지독하게 틀어막았던 울산의 철옹성을 끝내 뚫어냈다. 사진(울산)= 김영구 기자 |
울산의 아킬레스건은 경기 내용에서도 드러났다. 김신욱이라는 ‘타깃’을 잃어버린 울산의 공격은 이전 경기들에 비해 크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전방으로 공을 띄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울산의 공격패턴은 바뀌어야했다. 김신욱이 포스트에 위치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얻었던 측면 공격도 위력이 반감됐다. 창은 확실히 무뎌졌다. 그렇다고 방패까지 약해진 것은 아니었다.
울산은 역시 수비 조직력이 강한 팀이었다. 포항이 특별한 누수 없이 베스트 멤버로 가동됐고, 특유의 간결하고 빠른 패스워크로 콤비플레이를 가동했으나 울산 수비는 좀처럼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전반 내내 변변한 슈팅을 구사하지 못했다. 울산이 템포를 죽이고 과감한 공격을 자제했던 운영방식과 맞물려 경기 양상은 울산의 벽을 포항이 뚫어내느냐의 여부로 포커스가 맞춰졌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후반 8반 만에 중앙 미드필더 황지수를 빼고 타깃형 스트라이커 박성호를 투입했다. 다분히 공격적인 선수교체다. 비겨도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울산과 달리 포항은 승리 아니면 의미가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급해지는 쪽은 포항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후반 11분 노병준 대신 조찬호를 투입했다. 높이와 힘과 스피드를 가세시킨 변화다.
포항 쪽의 공격적인 변화와 함께 양상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로톱에 가까웠던 전반과 달리 장신 박성화와 고무열이 전방에 배치되면서 울산의 벽에 균열이 생겼다. 후반 16분 박성호의 날카로운 헤딩슈팅은 김승규의 슈퍼세이브가 아니었다면 골과 다름없었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후반 17분 김승용을 빼고 고창현을 넣었다. 몸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은 김승용 대산 고창현을 넣으면서 수비 가담과 역습 시 효과를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김 감독은 후반 25분 공격수 호베르또를 빼고 미드필더 마스다까지 넣었다. 경기 색깔은 확실해졌다. 일방적인 포항의 공격과 대놓고 내려앉은 울산이었다.
한상운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든 선수들이 굳게 틀어 잠군 울산의 벽을 포항은 좀처럼 뚫지 못했다. 울산 선수들은 노골적으로 시간을 끄는 플레이까지 가동시켰다. 황선홍 감독은 후반 33분 고무열을 빼고 신영준을 넣으면서 마지막 카드까지 모두 활용했다. 이에 김호곤 감독은 후반 39분 최보경을 빼고 터프한 수비수 최성환까지 넣었다.
마치 흑과 백처럼 구분됐던 이 경기의 승자는 결국 포항이었다. 울산의 철옹성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 듯했다. 선수들의 비매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