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원 없이 휘두르고 왔습니다.”
LG 트윈스가 강렬했던 2013시즌 이후 일본 고지에서 마무리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 29일 인천국제공항을 빠져나올 때 유독 핼쑥한 얼굴에 새카맣게 그을린 선수가 있었다. 이번 마무리 캠프를 자청했던 외야수 정의윤(27)이었다.
마무리 캠프는 보통 주전급 선수는 제외되기 마련. 정의윤도 일본 온천 훈련조에 포함돼 있었지만, 휴식을 거부하고 마무리 훈련조로 노선을 바꿨다. 올해 아쉬움이 누구보다 컸기 때문이다. 2014시즌을 누구보다 빨리 시작하고 싶은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정의윤은 “정말 원 없이 방망이를 치고 왔다.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LG 트윈스 외야수 정의윤이 일본 고지 마무리 캠프를 독하게 소화하며 2014시즌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러나 정의윤은 시즌 후반 급격히 페이스가 다운됐다. 뜨거웠던 방망이가 식은 뒤 좀처럼 다시 달구지 못했다. 손목과 팔꿈치 등에 잦은 부상도 겹쳤다. 풀타임 소화 후유증이었다. 정의윤의 진단은 달랐다. 적어도 핑계는 없었다.
그는 “후반기에 물론 체력적인 부분이 문제가 됐을 수도 있겠지만, 심리적인 부분이 더 컸던 것 같다”며 “시즌 중간 23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적이 있다. 거기에 쫓기면서 페이스가 더 떨어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신 올해 얻은 것도 많았다. 그는 “일단 경기를 많이 나간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규정 타석도 처음으로 채웠다. 방망이 안 맞을 때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도 배운 해였다”고 나름대로 만족했다.
정의윤은 이번 캠프에서 무려 7kg을 감량했다. 하루에 800~1000개씩 배팅 훈련을 했다. 김기태 감독과 조계현 수석코치가 인정했다. 김 감독은 “팀보단 개인 맞춤형 훈련량도 많았는데 정말 열심히 하더라”고 했고, 조 코치는 “하루에 개인적으로 방망이만 4시간씩 때렸다. 정말 많이 때린 것이다. 엄청 힘들었을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정의윤은 “방망이에 집중한 것은 올 시즌을 마친 뒤 수정할 부분을 빨리 수정하기 위해서다”라며 “방망이 궤도와 잡아놓고 때리는 것에 집중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LG는 올해 가장 아쉬운 점이 거포의 부재였다. 정성훈(33)과 정의윤이 채웠던 4번타자의 아쉬움은 LG가 더 강해지기 위한 해결 과제다. 내년부터 외국인타자 추가 영입이 가능해지면서 4번의 갈증을 풀 가능성도 높아졌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토종 거포의 존재다.
정의윤은 LG의 미래 4번타자다. 그는 “솔직히 4번은 외국인타자 자리가 되는 것 아니겠냐”며 머쓱하게 웃은 뒤 “지금 나한테 중요한 것은 경기를 계속 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다. 타석에 설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 자리가 4번이든 다른 자리든 상관없다. 타석은 똑같고 내가
정의윤의 내년 목표도 다부졌다. 그는 “정규시즌 2위를 했으니까 내년에는 1위를 해야 하지 않겠나? 플레이오프에서도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었다. 정규시즌도 잘하고 포스트시즌의 큰 경기도 더 잘하고 싶다”며 “내년에는 기복을 줄이고 싶다. 다른 목표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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