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자타가 공인하는 K리그 최고의 외국인 듀오인 데얀과 몰리나, 이른바 데몰리션 콤비가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도전 항목은 K리그 30년 역사에 단 1번도 없었던 득점왕-도움왕 ‘2연패 듀오’로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가능성은 적지 않다.
FC서울 공격의 중추인 데몰리션은 K리그의 역사를 자신들의 이름으로 도배하고 있는 기록의 달인들이다. 데얀은 지난해 역대 한 시즌 최다골 신기록(31골)을 세운 것을 비롯해 최초의 득점왕 2연패, 최초의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6시즌 20공격포인트 달성,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골 등 거침없이 자신의 발도장을 찍고 있다.
기록의 달인 데몰리션 콤비가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사상 첫 득점왕-도움왕 2연패 듀오라는 금자탑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
몰리나가 있기에 데얀이 많은 골을 넣을 수 있고, 데얀이 있기에 몰리나 역시 특급 도우미 지위를 누리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도움을 받으면서 서로의 가치를 높여주는 찰떡궁합이다. 필드 안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절친이다.
지난 24일 부산과의 경기에서 몰리나가 아찔한 충돌 후 정신을 잃었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간 선수는 데얀이다. 몰리나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데얀이 지체 없이 외부에 긴급한 상황임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다행히 화를 면한 뒤, 데얀은 전반 25분 골을 넣고서 벤치로 달려가 몰리나를 끌어안는 감동 세리머니를 펼쳤다. 경기 후 데얀은 “골을 넣은 뒤 가장 먼저 몰리나가 생각났다. 몰리나는 믿고 의지하는 팀원이자 축구를 떠나 소중한 친구다”는 말로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좋은 파트너이자 친구가 이제 의미 있는 기록 달성에 나선다.
몰리나는 현재 도움 1위다. 1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몰리나는 전북의 레오나르도와 숫자는 같으나 출전경기가 1경기 적어 1위를 달리고 있다. 만약 이대로 기록이 멈춘다면 몰리나가 타이틀을 가져간다. 하지만 FC서울만큼 성적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전북이기에 레오나르도의 추가 도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몰리나는 지난 경기의 부상회복 정도가 관건이다.
데얀은 득점 2위다. 하지만 최근 페이스가 무섭다. 최근 2경기에서 5골을 몰아치는 폭발적인 집중력으로 단숨에 17호골을 달성, 선두 김신욱(19골)을 2골 차로 따라잡았다. FC서울 동료들이 ‘데얀 득점완 만들기’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골 찬스를 집중시키고 있기에 뒤집기도 충분히 가능하다.
만약 두 선수가 각 부분 정상에 오른다면 이 자체로 새 역사다. 이미 득점왕 2연패 중인 데얀은 전무하고 후무할 공산도 높은 3연패 대업을 이루게 된다. 도움 부문 타이틀 홀더인 몰리나 역시 또 도움왕이 된다면 역대 최고의 도우미로 공인된
각자의 기록 달성이 묶이면 또 다른 새 역사가 탄생한다. 득점왕과 도움왕이 2년 연속 동일한 인물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인데, 당연히 30년 K리그 역사에 없었던 일이다. 같은 시기에 한 팀에서 이런 골잡이와 도우미가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것은 서로에게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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