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김원익 기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25일간의 여정이 목적지 한 발자국 앞에서 멈췄다.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왕좌에 도전했지만 최종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두산의 포스트시즌은 이미 기적이다. 투혼을 선보인 두산이 뜻깊은 준우승을 거뒀다.
정규시즌 4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시리즈 전적 3승4패의 성적으로 2013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역대 정규시즌 4위 팀이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두산은 결국 사상 초유의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의 저력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여정은 충분히 박수 받아 마땅하다.
![]()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25일간의 여정은 이미 기적이다. 사진=MK스포츠 DB |
정규시즌 3위 팀 넥센 히어로즈와의 승부는 혈투 중의 혈투였다. 더군다나 2패 이후 3연승을 거두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리버스스윕이었다. 역대 단 두 번밖에 없었던 기적을 두산이 이뤄낸 것. 과정도 극적이었다. 3번의 연장 승부가 나왔고 4번의 경기서 1점차로 승부가 가려지는 피 말리는 접전이 펼쳐졌다.
초반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두산은 1,2차전 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더군다나 어이없는 주루사와 실책, 2차전서는 홍상삼의 1이닝 3폭투까지 나오면서 당한 패배. 팀 분위기는 떨어질대로 떨어졌다. 많은 이들이 넥센의 3대0 승리를 예측했을 시점부터 두산의 ‘미라클’이 시작됐다.
준PO 3차전을 이원석의 연장 14회 끝내기 안타로 승리한 두산은 4차전 6회 최재훈의 역전 투런포로 1점차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전적을 2승2패로 맞췄다. 이어 5차전서 3-0으로 앞서다 9회 박병호에게 스리런홈런을 맞고 연장으로 끌려갔지만 13회 대거 5점을 뽑아내 8-5의 스코어로 준PO 승자가 됐다.
▲ PO LG전, 불리함 예상 깨고 조직력 다지다
플레이오프 LG전 시작 전만 해도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 혈투서 많은 것을 퍼부은 두산이 다소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과거에도 포스트시즌 단기전에서 투수진을 소모한 팀이 불리했던 것은 이미 증명된 바 있기 때문. 선수들의 피로도 역시 상당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예상은 깨졌다. 두산은 PO 1차전 노경은의 호투와 정수빈, 김현수의 적시타와 상대 정성훈의 실책을 묶어 4-2로 승리했다. 더해 준플레이오프서 어이없는 1이닝 3폭투를 범했던 홍상삼이 3이닝 퍼펙트 투구를 펼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2차전 상대 선발 레다메스 리즈의 역투에 틀어막혀 0-2 영봉패를 당한 두산은 3차전 5-4, 1점차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안타 수가 7개 대 12개로 뒤쳐졌지만 승리를 향한 집중력이 더 뛰어났던 쪽은 두산이었다. 그런 두산을 맞아 LG는 실책을 남발하며 자멸했다.
결국 4차전 두산은 좌완 선발 유희관의 호투에 더해 타선이 LG의 마무리 투수 봉중근을 무너뜨리는 깔끔한 내용으로 승리, 3승1패의 시리즈 전적으로 플레이오프 승자가 됐다. 플레이오프부터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한 두산의 조직력은 점점 굳건해졌다.
▲ ‘미라클’ 두산, 디펜딩 챔피언 압도했지만...
역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느껴졌다. 이미 플레이오프서 체력의 한계를 노출했던 두산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리라는 비관적이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였다. 혈전을 치르고 온 두산이 3주 간 푹 쉰 삼성을 경기력에서 압도했다.
두산은 1차전 7-2, 2차전 5-1, 완승을 거뒀다. 투타의 저력이 삼성보다 앞섰다. 선발진은 탄탄했고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구원진도 제몫을 다했다. 체력저하보다 승리를 향한 선수들의 끈끈한 조직력과 정신력이 앞섰다. 이원석과 오재원이 차례대로 부상 낙마를 했지만 남은 선수들이 그 몫을 채웠다. 특히 2차전에는 연장 13회 접전 끝에 오재일이 ‘끝판대장’ 오승환을 무너뜨리는 홈런을 날려 승리,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3차전 홈에서 코칭스태프의 실수로 좌완 선발 유희관이 조기 교체되는 해프닝속에 2-3 패배를 당한 두산은 4차전 곧바로 삼성 타선을 틀어막으며 2-1로 승리했다. 3승1패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두산의 비극이 시작된 것은 5차전부터였다. 시리즈 우승을 낙관한 시점부터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은 마운드 운용에서 여유를 부렸고, 이는 믿을 수 없는
두산의 준우승은 많은 팬들에게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을지 모른다. 하지만 두산의 찬란했던 25일을 지켜보며 울고 웃었던 이들에게 잊지 못할 시리즈로 가슴에 남을 것도 분명하다. 우승만큼 값진 성과를 낸 두산의 가을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on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