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임성일 기자] 머니파워로 아시아 축구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ACL 결승 1차전을 앞두고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프로에서 돈의 힘을 간과할 수는 없으나 축구는, 우승은 돈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면서 “돈보다 열정이 우위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출사표를 전했다.
서울의 캡틴 하대성 역시 “만약 돈으로 좋은 스쿼드를 꾸린 팀이 우승을 해야 한다면, 늘 맨체스터 시티가 EPL 정상에 올라야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광저우가 중국리그는 정복했는지 몰라도 서울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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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케손 무리끼 콘카(왼쪽부터) 등 광저우가 자랑하는 남미 공격수 트리오는 역시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그 셋을 제외하면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아쉬웠던 서울이다. 사진(상암)= 옥영화 기자 |
무리끼, 콘카, 엘케손 3명에게 쓴 돈만 2100만 달러다. 우리 돈으로 약 225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이들이 광저우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 그래도 과언 아니다. 이는 곧 FC서울이 반드시 막아야할 경계대상이란 뜻이다. 실질적으로 세 선수의 비중은 컸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CL 1차전에서 확인한 결과 세 선수가 광저우 공격의 중심이자 전부였다. 후반 13분 광저우의 2번째 골을 터뜨린 가오린이라는 중국대표팀 출신의 원톱이 전방에 포진하고 있었으나, 전체적인 공격루트는 ‘225억 트리오’ 중심으로 이뤄졌다. 전반 29분 코너킥 상황에서 첫 골을 터뜨린 엘케손이 전방에서 축이 됐고 까이끼와 콘카는 2선과 측면을 오가며 소위 말하는 프리롤처럼 자유롭게 움직였다.
세 선수의 움직임은 분명 위력적이었다. 전반 초반에는 잘 막았으나 1-1 동점이 된 전반 30분 이후로는 자신감이 붙은 광저우의 공격이 더 활기를 띄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까이끼 콘카 엘케손의 움직임이 활기찼다. 때문에 너무 세 선수를 의식했던 서울의 대응책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세 선수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하대성과 고명진 두 중앙미드필더의 위치가 너무 내려앉았다. 1차적인 방어에 소홀하지 않겠다는 의도는 이해되는 포석이나 이로 인해 공격도 수비도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
데얀을 중심으로 고요한 몰리나 에스쿠데로 등 공격진과 하대성-고명진 중앙MF 라인의 간격이 벌어져 원활한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수비 쪽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기본적으로 광저우가 공을 잡으면, 너무 빠르고 쉽게 서울 진영까지 올라왔다. 정쯔와 황보원 등 광저우의 중앙MF들은 편하게 전방 공격수들에게 공을 배급할 수 있었다. 위험지역에서 개인기가 좋은 남미 선수들이 공을 잡으면 득 될 것이 없었다. 1-2로 뒤지고 있던 이후에는 세 선수의 행동이 더 자유로웠다. 고려해야할 대목이다.
‘225억 트리오’를 제외하고는 다른 선수들의 수준이 크게 높은 것은 아니었다. FC서울의 전력이라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중국축구의 수준이 아무리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과 중국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는 FC서울 선수들과 광저우의 중국선수들 사이에 존재했다. 특히 광저우의 수비라인은 생각보다 허술했다. 서울 선수들이 보다 침착했다면 2골 이상을 뽑아낼 수 있었다. 2-2로 끝날 경기가 아니라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때문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서울의 움직임은 아쉬움이 남는다.
워낙 빠르고 개인기가 좋은 트리오의 역습이 두려워 정작 FC서울은 경기 내내 이렇다 할 역습 전환을 보여주지 못했다. 서울의 공격수들도 만만치 않은 내공을 자랑한다. 데얀과 몰리나, 에스쿠데로와 고요한 역시 빠르고 재기 넘친다. 상대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승리하지 못한 것은 아쉬우나 서울도 2골이나 넣었다. 남미 트리오의 공격력만큼 서울의 공격력은 강하고, 광저우의 수비는 넘기 어려운 벽도 아니다. 소극적이어서 아쉬움이 남았던 1차전의 내용과 결과를 거울삼아 준비해야할 FC서울이다. ‘225억 트리오’를 빼면, 광저우도 중국축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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