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매사추세츠 보스턴) 김재호 특파원]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는 메이저리그에서 약물의 시대로 불린다. 배리 본즈, 제이슨 지암비,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등 그 시대를 수놓았던 거포들이 금지약물 스캔들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시기에 에이스로 생존에 성공한 선수들도 있다.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대표적이다. 1992년 LA다저스에서 데뷔한 마르티네스는 2009년까지 18시즌 동안 476경기에서 219승 100패 평균자책점 2.93의 성적을 기록했다. 1997, 1999, 2000년 세 차례나 사이영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특히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보스턴에서 뛰던 시기는 그의 전성기였다. 2004년에는 16승 9패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하며 팀이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는 메이저리그에서 약물의 시대라 불린다. 그 시기 에이스로 활약한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사진= MK스포츠 DB |
그는 시구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선수 시절을 떠올렸다. 특히 주제가 된 것은 스테로이드의 시대를 보낸 소감이었다.
“그저 난 가능한 최선을 다해 최고가 되고 싶었다”며 말문을 연 그는 “모두가 스테로이드를 알고 있었지만, 큰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왜냐면 내가 본 타자들은 그저 날 이기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고, 나도 그들을 이기고 싶었기 때문이다”라며 그때는 큰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현역 시절 아무렇지도 않은 일로 여겼던 약물 복용은 이후 메이저리그를 통째로 뒤흔드는 사건이 됐다. 올해도 바이오제네시스 스캔들이 터지며 선수들이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세 차례 적발 시 영구제명이라는 강력한 징계 제도를 만들었지만, 약물과의 싸움은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마르티네스는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약간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난 신과 함께해준 동료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이제 내 기록은 더 대단하게 느껴질 것”이라며 약물의 시대 에이스로 살아온 것에 대한 가치를 부여했다.
그는 “당시 스테로이드를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선수들은 자랑스럽게 자신의 경력을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확신하건데 이들 중 일부는 이점을 얻기 위해 더러운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드러나지 않은 약물 복용도 많음을 암시했다.
2009년 필라델피아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이번 포스트시즌 주관 방송 중 하나인 ‘TBS’에서 경기 전 해설을 맡고 있다. 방송에 처음 도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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