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원주 동부가 올 시즌 최악의 경기로 완패했다. 그래도 위안은 있었다. 신인 두경민(22)이 화끈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2쿼터 4분38초 동안 보여준 득점쇼는 데뷔를 앞둔 김종규(22, 창원 LG)와 김민구(22, 전주 KCC)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대학 무대를 평정했던 경희대 3인방이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차례로 1, 2, 3순위에 지명된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은 ‘슈퍼루키 빅3’로 불린다. 이들은 동아시아대회 대표팀과 전국체전 참가로 시즌 개막 후 5~6경기에서 볼 수 없었다. LG, KCC, 동부의 전력 예상도 섣불리 할 수 없었다. 즉시 전력감인 빅3의 영입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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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동부 신인 가드 두경민이 지난 25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3-14시즌 프로농구 부산 KT와의 데뷔전에서 3점슛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
두경민은 21분5초를 뛰며 3점슛 4개를 포함해 18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첫 발을 내딛은 2쿼터 4분38초 동안의 원맨쇼는 전율이 늦겨질 정도의 폭발력이었다. 3점슛 4개를 연달아 터뜨렸고, 돌파에 이은 레이업슛으로 연속 14점을 퍼부었다. 슈팅 성공률도 놀라운 수준이었다. 9개의 슛 시도에서 7개를 적중시켜 야투 성공률 77.8%를 기록했다. 2점슛은 성공률은 75%(3/4개), 3점슛 성공률은 무려 80%(4/5개)에 달했다.
두경민은 팀에 합류하자마자 치른 경기였기 때문에 동료들과의 호흡은 물론 조직력이 맞아 돌아갈 수 없었다. 게다가 김주성이 무릎 부상으로 엔트리에 빠졌다. 그러나 두경민은 기대에 부응하며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두경민의 활약으로 김종규와 김민구도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김종규와 김민구는 한국 남자농구가 16년 만에 농구월드컵에 진출하는데 큰 역할을 한 선수들. 경희대 시절 원투펀치도 김종규와 김민구였다.
김종규와 김민구는 지난 25일 나란히 팀에 합류했지만, 김민구가 먼저 코트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허재 KCC 감독은 경기 감각을 익히게 하기 위해 김민구의 짧은 출전을 예고했고, 김진 LG 감독은 김종규의 몸 상태를 체크한 뒤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깜짝 데뷔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는 김종규가 합류할 경우 약점이었던 골밑 강화를 할 수 있다. 베테랑 슈터 문태종과 가드 김시래, 포워드 김영환, 기승호 등 멤버 구성이 화려해 천군만마를 얻게 된다. 하지만 김종규는 프로 데뷔를 앞두고 잦은 부상을 안고 뛰며 쉬지 못해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외국선수를 상대하는 것도 처음. 프로 적응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구는 KCC 가드진과의 조화가 중요하다. 임재현, 박경상, 강병현, 김효범, 신명호 등 가드 자원이 풍부한 KCC가 김민구를 어떻게 활용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허재 KCC 감독은 박경상-김민구, 강병현-김민구 조합을 시도해 볼 계획이다. 그러나 김민구 역시 데뷔전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할애 받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희대 3인방은 대학 시절 한솥밥을 먹은 절친한 사이지만, 이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흐른다. 셋 다 승부욕이 엄청나게 강하기 때문. 드래프트를 마친 직후 동료가 아닌 적으로 서로를 도발하며 이미 경쟁 구도에
두경민이 선공격으로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남은 두 명의 슈퍼루키들도 데뷔전을 앞두고 초긴장을 하고 있다. 과연 두경민처럼 김종규와 김민구도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 둘에 대한 관심은 두경민보다 뜨겁다.
LG는 26일 고양 원정경기서 오리온스와 맞붙고, KCC는 전주 홈에서 삼성을 상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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