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임성일 기자] 같은 승점(56점)으로 정규리그 1-2위(골득실차 포항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강호’들의 진검승부로 관심이 집중됐던 2013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서 원정팀 포항이 승부차기 끝에 전북을 제압하고 FA컵 2연패에 성공했다.
포항이 19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의 FA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짜릿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전후반과 연장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 팀은 승부차기에서야 희비를 가릴 수 있었다. 마지막에 웃은 팀은 포항이었다. 포항의 다섯 번째 키커 김태수의 슈팅이 골망을 흔들면서 PK 스코어 4-3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 |
디펜딩 챔피언 포항이 원정에서 승부차기 끝에 전북을 제압하고 FA컵 2연패를 달성했다. 대회 최다우승(4회)의 기록도 포항이 가져가게 됐다. 사진(전주)= 김승진 기자 |
선제골은 원정팀 포항의 몫이었다. 전반 24분 터치라인에서 던진 스로인이 박성호의 머리를 거쳐 김승대에게 연결됐고 이것을 트래핑 이후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첫 골이 나왔다. 황진성의 부상 이탈 이후 포항의 중요한 옵션으로 자리매김한 ‘젊은 피’ 김승대의 침착함이 빛났다.
하지만 전북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 33분, 레오나르도의 코너킥 상황에서 윌킨슨의 머리를 거친 공을 김기희가 쇄도하면서 밀어 넣으며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경기의 비중과 부담을 생각했을 때 전반이 끝나기 전에 원점을 만들었다는 것은 전북 입장에서 고무적인 일이었다.
후반은 말 그대로 혈투였다. 45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누가 골을 넣느냐는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득점이 될 확률이 높았다. 때문에 선수들의 집중력은 한층 배가 됐고, 허리라인 진영부터 치열한 힘겨루기가 펼쳐졌다.
변화의 카드는 최강희 전북 감독이 먼저 꺼내들었다. 후반 20분 박희도를 빼고 티아고를 투입했다. 26분에는 김신영을 불러들이고 서상민을 넣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도 응수했다. 후반 27분 박성호 대신 배천석을 넣으면서 변화를 꾀했다. 각각 어느 정도 시점이 지나면 투입을 노렸던 승부수였다. 최강희 감독은 후반 36분 이재명을 빼고 박원재까지 투입했다.
히든카드들이 투입됐으나 양쪽 모두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선수들의 높아진 집중력과 몸을 사리지 않는 투쟁심이 합쳐져 좀처럼 한쪽이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양상이 펼쳐졌다. 서서히 연장승부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갔다. 후반 41분, 황선홍 포항 감독은 황지수 대신 김태수를 투입했다. 연장 승부를 대비한 포석이었다. 추가시간 3분까지, 정규시간 동안 승부는 갈리지 않았다.
연장부터는 정신력의 싸움이었다. 어느 쪽도 차근차근 혹은 완벽하게 공격을 풀어갈 수는 없었다. 넣는 것보다 지는 것이 더 두려운 상황에서 전북도 포항도 모험수를 두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마냥 웅크리지는 않았다. 전북도 포항도 최선을 다해 공격을 했고, 연장 후반에는 레오나르도의 슈팅이 포스트를 맞추는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쪽도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결국 잔인한 승부차기에서 판가름이 났다. 승부차기 내용도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전북의 첫 키커였던 레오나르도의 킥을 신화용이 정확하게 몸을 날려 막아냈다. 하지만 포항의 첫 키커 이명주의 킥 역시 최은성 골키퍼의 손을 맞고 포스트를 때렸다. 선수들의 긴장감은 그만큼 컸다. 전북의 두 번째 키커였던 케빈의 슈팅 또한 신화용에게 막혔다. 양팀 통틀어 첫 득점은 포항의 두 번째 키커였던 신광훈 차례에서 성공됐다.
전북은 세 번째 키커 윌킨슨이 대담한 슈팅으로 첫 골을 성공시켰다. 포항의 세 번째 키커였던 조찬호 역시 침착하게 골망을 갈랐다. 쫓기는 쪽은 전북이었다. 전북의 4번째 키커 티아고가 골을 성공시켰지만 포항의 고무열이 다시 골을 성공시키면서 앞서 나갔다. 승부
전북의 다섯 번째 키커였던 서상민이 골을 넣으면서 마지막 희망을 이어갔으나 포항의 마지막 키커로 나선 김태수의 슈팅이 골망을 가르면서 기나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포항은 FA컵 2연패를 달성했으며 통산 4번째로 대회 우승을 확정지으면서 전북을 따돌리고 최다 우승팀의 영광도 차지했다.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