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김원익 기자] 잠실구장이 LG 트윈스의 오랜 기다림의 상징이 된 유광점퍼의 물결로 가득찼다. 11년 동안 가을야구에 목말랐던 LG 팬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16일 2013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두산 베어스와 LG트윈스의 경기 시작을 앞둔 잠실구장 주변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두산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많았지만 단연 눈에 띄는 이들은 빨간색과 검은색으로 이뤄진 유광점퍼를 입은 LG의 팬들이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숫자였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 2002년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이후 무려 11년간 경험해보지 못했던 가을야구였다. 인터넷 예매분은 일찌감치 동났다. 2만5500석의 잠실 좌석은 만원을 이뤘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다양한 팬들이 눈길을 끌었다. 정규시즌에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남녀 커플이나, 동성친구들이 모인 2인 규모의 팬들은 여전히 많았다. 하지만 10대부터 70대까지 그간 구장에서 많이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연령층의 팬들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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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만의 가을야구를 맞이한 LG트윈스 팬들의 유광점퍼 행렬이 잠실구장을 가득 메웠다. 사진=MK스포츠 DB |
서울특별시 노원구에 거주하고 있는 아버지 장원우(57)씨와 아들 장민호(22)씨는 함께 LG의 가을야구를 보는 것이 두 번째다. 아버지 장원우씨는 “이상훈에 빠져서 LG의 골수팬이 됐다. 맥주 한 잔과 LG야구를 벗 삼아 30~40대의 시기를 보냈는데 이렇게 아들과 함께 다시 LG의 가을야구를 보내게 돼서 감회가 새롭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아들 장민호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장민호 씨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시절부터 LG의 팬이었다. 2002년 초등학교에 다닐 때 아버지와 함께 KIA와 플레이오프 4차전을 잠실에서 응원한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들처럼 11년 만에 함께 가을야구 나들이를 한 이들도 있지만 20대 초중반의 팬들에게는 생애 첫 LG의 가을야구였다. 서울특별시 강서구에 거주하고 있는 절친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하원미(22), 김주경(22) 두 명의 시민은 “골수팬들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 아기팬(?)이다. 고등학교때부터 LG를 응원했는데 이렇게 함께 잠실에서 가을야구를 응원할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며 “올해는 성적이 좋아서 더 직관을 많이 왔는데 포스트시즌에는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며 설렌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잠실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4차전이 모두 매진에 실패하면서 울상을 지었던 잠실구장 근처 상인들도 모처럼 얼굴에 햇살이 돌아왔다. 잠실구장에서 먹거리를 판매한지만 20년이 넘는다는 서울특별시 강동구에 살고 있는 상인 정 씨(53)는 “모처럼 가을 야구 분위기가 제대로 불이 붙었다. 몇 년 전에 두산이 포스트시즌을 치를 때 만큼 뜨거운 것 같다”며 “지난 2002년 LG의 마지막 포스트시즌때도 딱 이만큼 팬들이 열광적이었다. 확실히 LG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LG와 두산인만큼 두 팀의 팬들은 경기장 안팍을 채웠다. 특히 유광점퍼의 행렬은 장관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 묵혀두고 묵혀뒀던 팬心을 마음껏 표출 시킨 LG의 팬들이 이날만큼은 행복한 축제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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