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15일 잠실구장에 마련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현장. LG 트윈스 김기태 감독과 주장 이병규, 투수 봉중근의 등장은 화려했다. 마치 맞춰 입기라도 한 듯 반들반들 윤이 나는 유광점퍼로 가을야구를 알렸다.
“맞습니다. 유광점퍼입니다.” 김 감독의 말은 자신이 있었지만, 말하고도 민망한 듯 유광점퍼를 매만졌다. 사실 김 감독은 옷걸이에 걸어놓은 유광점퍼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 LG의 유광점퍼는 8개 구단과 달리 유독 상징적 의미가 컸기 때문.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지만, 더 높은 목표를 위해 유광점퍼 입는 것을 미루고 싶은 속내도 있었다.
‘유독 튀는 유광점퍼’. 15일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13 프로야구 PO 미디어 데이에서 LG는 김기태 감독과 이병규, 봉중근이, 두산은 김진욱 감독과 홍성흔, 유희관이 참석했다. 양 팀 감독과 선수들이 미디어 데이 행사를 끝낸 후 박수를 치며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봉중근은 “그냥 단순히 추워서 입었다”며 웃은 뒤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도 LG의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입고 나왔다. 자부심을 갖고 입었다. 화면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자랑스럽다”고 유광점퍼의 의미를 되새겼다.
유광점퍼는 LG 팬들의 한과 염원이 담겨있다. 지난 2002년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LG는 가을에 야구를 할 기회가 없어서 유광점퍼를 입고 싶어도 입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LG가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면서 입을 기회가 생겼다.
특히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김 감독이 “올해는 유광점퍼를 사셔도 좋습니다”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LG의 가을야구가 가시화되자 팬들은 앞다퉈 유광점퍼 구매에 나섰고, 추가 입고가 될 때마다 동이 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봉중근의 말대로 유광점퍼는 LG의 자부심이었다. 곧 자신감이다. 플레이오프를 하루 앞둔 LG는 여유가 넘쳤다.
김 감독은 “갈망하던 포스트시즌에 왔기 때문에 기대된다. 우린 즐길 준비가 돼 있다. 마음의 부담도 버렸다. 게임 감각보다는 어떻게 즐겁고 재밌는 경기를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포스트시즌을 축제로 즐기겠다는 의미였다.
김 감독은 16일 두산 베어스와의 잠실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류제국을 예고했다. 류제국에 대한 강한 신뢰도 거침없이 밝혔다. 김 감독은 “시즌 마지막 두산전에서 좋은 경기를 했고, 컨디션도 가장 좋다. 승률도 가장 좋고 큰 경기 경험도 많다. 또 우리 팀의 에이스라는 자부심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두산의 에이스로 거듭난 ‘LG 킬러’ 유희관에 대해서도 “좋은 선수지만, 우리도 비법이 있기 때문에 마지막에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자신감이었다.
‘캡틴’ 이병규도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이병규는 “오랜 만에 가을잔치를 다 같이 할 수 있어 기쁘고 설렌다. 예전과 다른 선수들이라 새롭다. 즐거운 경기, 멋진 경기를 하겠다”며 “과거 두산과의 포스트시즌 경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난 나쁜 기억은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LG는 13년 전인 지난 2000년 플레이오프 당시 두산에 2승4패로 져 한국시리즈에 탈락한 경험이 있다.
봉중근도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봉중근은 “한국 와서 처음하는 포스트시즌이다. 떨리는 마음도 있지만 기대가 더 크다. 우리 선수들은 준비를 모두 끝냈다”며 “단기전에선 보직도 필요없다. 난 완투도 가능하
LG가 유광점퍼를 오래 입기 위해선 영원한 맞수 두산을 넘어 한국시리즈에 진출해야 한다. 김 감독은 “팬들에게 눈물의 감동을 줄 수 있는 경기를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