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김원익 기자] 경기 전 들끓어야 할 프로야구 축제의 장에 차분함이 감돌았다.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린 두산의 2013 PS 첫 홈경기는 실망한 팬心과 상대적 비인기 구단 넥센의 현실을 반영하듯 곳곳이 비어있었다. 8년만의 잠실 만원관중 실패였다. 하지만 본질은 페넌트레이스 관중 감소로 나타난 근본적인 프로야구 인기 하락에 따른 결과였다.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3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11일 잠실구장에는 총 2만 697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만원 규모 2만 5500석에서 4803석이 비는 수치다. 경기장은 연이은 홈런포와 극적인 내용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넥센의 2승의 우위로 시작한 준플레이오프 3차전은 연장 14회 혈투 끝에 두산의 4-3 승리로 끝났다. 열기가 뜨거웠던 승부. 동시에 답답한 경기력에 한숨 짓게 하는 경기였다. 포스트시즌 성지인 잠실 외야와 3루 쪽 곳곳에 빈 관중석은 끝내 아쉬움을 남겼다.
8년만의 만원관중 실패로, 지난 2005년 10월 10일에 열린 두산과 한화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관중 2만 4655명이 들어왔던 것과 비교하면 관중 감소폭이 더 컸다. 이날 예매취소 된 현장 판매분은 좀처럼 팔리지 않았다. 현장 판매 시작 당시 6000여석 가량이었던 판매분 중에 1200석 정도만이 판매 된 것. 축제 분위기여야 할 경기 시작 전 경기장 주변도 조용했다. 1-2차전 연속 끝내기 패배에 실망한 두산팬심은 가라앉아 있었다. 평소보다 적은 팬들이 뒤늦게 경기장에 도착했다. 거기에 넥센 팬들은 소수만 모습을 보였다. 결국 관중석을 홈플레이트를 기준으로 절반으로 나눠 홈쪽인 외야 가운데부터 1루쪽까지 반원 지역은 전부 매진됐지만, 3루 쪽은 3층 상단과 외야 곳곳이 텅텅 비었다.
일찌감치 예견됐던 불안이기도 했다. 페넌트레이스 전체 관중 수의 하락이 첫 번째 신호였다. 거기에 NC를 제외하면 나머지 7개 구단에 비해 구단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길지 않아 팬층이 얇은 넥센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일부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기우라는 전망도 많았다. 최근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의 지위를 획득한 야구의 포스트시즌이자, 서울 구단들이 3팀이나 포함된 대진이었다. 하지만 우려대로 지난 1차전에는 7716명의 관중이 들면서 흥행에 참패했다. 총 1만500석의 목동구장 수용인원의 70%가 겨우 찼다. 하지만 이날은 하루 종일 쏟아진 비로 인한 영향도 있었다. 1차전 넥센의 승리 이후 2차전에는 만원관중이 들어찼다.
하지만 3차전 흥행실패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결국 2차전 실책, 폭투, 사사구를 쏟아낸 양 팀의 실망스러운 경기력이 빚은 참극의 영향도 분명히 컸다. 특히 홈이자 상대적으로 수가 많은 두산 팬들의 실망감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 프로야구는 기록적인 관중 감소를 기록했다. 비인기 팀 넥센의 탓만을 하기에는 여러 징후들이 연속적이다. 가장 상징적인 성지에서의 흥행참패를 상황에만 돌리는 것은 어리석다. 변수들에 흔들린다는 것은 고정적인 팬들의 관심은 여전하지만 전체적인 야구 열기가 줄었다는 위험신호
프로야구가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을 다각도로 고심해야 한다는 것을, 텅 빈 잠실 관중석이 쓰라리게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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