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기윤 기자]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이 10년 만에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 결승에 올랐지만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우여곡절 끝에 거둔 2위 타이틀도 값지지만 한국 배구는 그보다 더 큰 수확을 거뒀다. '원석' 송명근(20·러시앤캐시)이 '보석'으로 거듭났다.
송명근은 지난해 2012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시 기존 레프트 자원들이 부상으로 빠지게 되자 박기원 감독은 경기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송명근을 깜짝 발탁했다.
첫 성인 국제대회에 출전해 합격점을 받은 송명근은 이후 꾸준히 박기원호의 부름을 받으며 '될성부른 떡잎'으로 주목받아왔다.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 선배들과 함께 1년 여 가까이 대표팀 생활을 하며 묵묵히 실력을 쌓아온 송명근은 이번 대회에서 국가대표 차세대 레프트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남자배구대표팀 송명근. 사진= 대한배구협회 제공 |
사실 전광인과 곽승석이 주전 멤버였기 때문에 원래대로였다면 송명근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전광인과 곽승석은 대회 시작 전부터 각각 팔꿈치와 손가락에 큰 부상을 입고 있었다. 재활 치료와 진통제 복용을 통해 경기에 나서긴 했지만 풀세트를 소화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박 감독은 주전 공백을 송명근으로 메웠다. 이미 출국 전부터 구상해뒀던 전략이다. 작정하고 송명근에게 '자리'를 마련해줬다.
박 감독은 "(전)광인이와 (곽)승석이가 워낙 잘해주고 있어서 그렇지 사실 (송)명근이도 충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지금 당장 대표팀 주전 멤버로 뛰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다"며 "광인이와 승석이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는 명근이를 많이 기용할 생각이었다. 특히 명근이가 승석이 자리에서 얼마만큼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출전 기회를 부여받은 송명근은 박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21강부터 결승까지 총 7경기를 치렀다. 송명근은 이 7경기에 모두 출전했고 그 중 3경기에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다.
아프가니스탄과의 21강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서브에이스 3개·블로킹 3개를 포함해 14점을 올리며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또 이란과 두 차례(16강 조별리그 2차전·결승전) 만나 한국이 2연패를 당하는 와중에도 송명근은 유일하게 제 몫을 다하며 각각 18점과 10점을 기록했다.
박 감독은 "명근이가 이번 대회를 치루는 과정에서 정말 많이 성장했다. 자신의 한계를 한 계단 뛰어넘은 것 같다. 기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크게 발전했다"며 "서브 리시브가 아직 부족하지만 현재 공격력과 서브력은 대표팀 최고 수준이라고 할 만 하다. 신장·힘·기술력을 모두 갖춘 명근이는 앞으로 한국 레프트를 책임질 선수가 될 것"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잘 마련된 무대 위에서 자신의 기량을 한껏 뽐낸 송명근은 "감독님이 많은 기회를 주신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힘든 상황 속에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준 선배들이 있었기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대표팀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어 "다른 때보다 다 득점을 올리긴 했지만 만족할 수 있는 경기력은 아니었다"며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다보니 득점 기회에서 실수가 많았다. 기술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했다. 또 리시브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대표팀 레프트로 활약하기 위해선 이런 약점들을 보완해 나가야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이제 새로운 배구 인생에 도전하는 송명근이다. 그는 지난 8월 열린 2013-14시즌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
송명근은 "프로 무대에서 뛰게 된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고 한편으론 긴장도 된다"며 "평소 동경해오던 선배들과 함께 코트에 서게 된 만큼 많은 것들을 배우며 성장해 나가겠다. 적당히 할 생각은 없다. 아직 어리지만 프로로서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coolki@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