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윤 기자]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넥센과 단골 손님인 두산의 격돌은 상반된 경험 만큼이나 다른 감독 스타일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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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일부터 넥센과 두산의 2013년 준플레이오프가 시작된다. 염경엽 감독과 김진욱 감독의 서로 다른 스타일이 어떠한 결과를 도출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충분한 휴식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염경엽 감독은 선수들에게 책임을 바탕으로 한 자율훈련을 이어오고 있다. 매 경기 전 모든 선수들의 몸 상태를 파악해 경우에 따라 훈련에서 제외시키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이 가장 기본으로 생각하는 것은 ‘지키는 야구’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선수 각자에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능력을 살릴 수 있도록 보직을 정해줬다.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하게 만들었다.
시즌 개막 전, 많은 야구 전문가들은 넥센을 4강 후보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그들이 틀렸다. 주전 선수들은 유기적인 플레이로 그라운드를 지배했고 백업으로 전환한 선배 선수들은 후배들을 다독이며 힘을 불었다. 젊은 선수들은 솔선수범하는 선배들을 따라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염경엽 감독은 “자신이 해야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이 인지해야 한다. 지난해 7~8승 거둔 투수가 올해 갑자기 15승 투수가 될 수 는 없다. 중요한 것은 팀이 자신에게 원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고 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타순을 가지고 가야 슬럼프를 겪지 않는다. 타격이 안 되면 빠른 선수가 출전해 뛰어서 득점을 올릴 수 있다. 타순 그래프가 오르락내리락하지 않고 꾸준해야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다”라며 타순 기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하지 말아야할 실책은 용납하지 않았다. 실수가 있는 날은 반드시 다시 보기로 문제점을 찾아 연구했다. 선발 투수들에게는 “선발승을 지켜주기 위해 8명의 선수와 23명의 선수가 뒤를 바치고 있다”라며 포기하지 않는 투구를 하도록 지도했다. 타자들에게는 부담을 더는 타순 변화와 휴식으로 체력 안배에 힘썼다.
그 결과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창단이후 최고의 성적을 만들어 냈다. 넥센 선수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분석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 온 과정의 결실이었다.
반면 두산은 올 시즌 여전한 화부수분 야구를 선보였다. 시즌 초 롯데에서 친정으로 돌아온 홍성흔을 분위기 메이커로 내세우며 타선의 활기를 불어 넣었고 선발진의 난조를 겪었던 시기에는 경찰청에서 복귀한 ‘느림의 미학’ 유희관을 선발로 내세우며 붕괴를 막았다.
야수진에서는 주전급 선수들이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에도 김재호, 민병헌, 허경민, 최주환, 박건우 등이 연이어 활약을 펼쳐 강력한 타선을 유지했고 시즌 막바지에는 오재일이 한방 본능을, 김동한이 집요한 승부욕을 뽐냈다. 쉬어갈 타선이 없다는 평가 역시 끊임없이 솟아나오는 주전급 전력에 기인한 것이다.
여기엔 김진욱 감독을 중심으로 한 벤치의 역할이 컸다. 김진욱 감독은 끝까지 선수들을 믿고 기다리는 스타일을 고수하며 숨겨진 잠재력을 끌어내게 만들었다. 탄탄한 전력으로 고민이 덜 할 것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자체적인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실력을 끌어내게 한 데에는 김진욱 감독의 의도가 상당수 반영 됐다.
이같은 스타일은 마운드 운영에서 두드러졌다. 시즌 초 선발진의 연이은 부진으로 연패에 빠졌을 때에도 김진욱 감독은 이용찬의 조기 복귀나 올슨의 컨디션 회복을 종용하지 않았다. 후반기 들어 에이스 니퍼트가 등근육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을 당시에도 오히려 조급한 복귀가 장기 침체를 부를 수 있다며 충분한 기간을 갖고 재활에 전념할 수 있게 했다.
홍성흔이 심판에 대한 거친 항의로 첫 퇴장을 당했을 때에도 오히려 선수를 두둔해 엄중 경고를 받았으며 사인 훔치기 논란이 벌어졌을 때에도 “절대 아니다. 상대방이 심리전을 건 것”이라는 일축으로 소속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했다.
그 결과 타선은 시즌 내내 강력함을 잃지 않았으며 마운드 역시 포스트시즌에 맞춰 니퍼트와 이용찬이 복귀하는 등 한층 안정을 찾아갈 수 있었다.
다만 기다림이 과해 타이밍이 어긋나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결과론이라 할 수 있지만 두산은 올 시즌 투수교체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패배를 기록한 경우가 많았다. 홍상삼의 구위가 흔들렸을 때에도 꾸준한 등판을 고집했고,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올슨의 방출 시기도 조금 늦은 면이 있었다. 10점차 리드를 잡고 있었던 지난 5월 SK와의 경기가 뒤집힌 것도 어찌보면 교체타이밍을 잡지 못했던 면이 컸다.
화수분을 얻은 대신 잃은 것도 많았던 셈. 이같은 스타
비슷한 전력을 보유했지만 상반된 스타일의 감독이 이끄는 두 팀은 오는 8일 목동에서 치열한 맞대결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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