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드디어 기성용이 호출됐다. 후회와 반성에 대한 진정성 여부와 팬들을 향한 사과로 인한 외부적인 반향은 차치하고, 대표팀 내부에 파장을 일으킬 큰 인물의 컴백인 것은 사실이다.
홍명보 감독은 마땅한 원톱 자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전방의 답답함과 더불어 중원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고민을 가지고 있다. 지난 9월 아이티 및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 때 ‘팔방미인’ 구자철을 수비형MF로 변화시켰다가 최전방 공격수로 올렸던 고육책이 두 곳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일단 전방보단 중앙에 대한 답을 먼저 찾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홍 감독이다. 아직 논란이 남은 상황에서 기성용 카드를 뽑은 이유다.
지금껏 거침없이 질주하던 이명주가 ‘거물’ 기성용과 만났다. 포항의 스승 황선홍 감독은 ‘진검승부’라는 표현과 함께 제자에게 격려의 박수를 전했다. 사진= MK스포츠 DB |
일단 하대성-이명주 조합은 깨진다. 하대성이 발탁되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FC서울의 ACL 일정과 K리그 일정을 볼 때, 하대성의 체력적인 면이 우려된다”는 말로 ‘배려’와 함께 제외시켰다는 뜻을 전했다. 하대성이 빠진 상황에서 중앙MF 자원은 기성용을 비롯해 이명주 박종우 한국영 정도다.
홀로 외로운 이명주다. 박종우는 런던올림픽에서 기성용과 찰떡궁합을 과시하면서 동메달 획득에 큰 공을 세웠다. 한국영도 불의의 부상으로 본선에 낙마하기 전까지 역시 올림픽대표팀 소속으로 기성용과 호흡을 맞췄다. 반면 이명주는 첫 대면이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이명주의 스승인 황선홍 감독도 ‘진검승부’라는 전망을 내렸다. 그리고, 좋은 승부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황선홍 감독은 기성용과 이명주가 동시에 대표팀에 뽑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자 “이제야 진검승부지”라고 말한 뒤 한동안 침묵하다 “허허, 명주가 들어가서 잘 하겠죠”라며 웃음을 보였다. 지금껏 대표팀에 잘 적응했던 애제자가 드디어 큰 상대를 만났구나 라는 의미이자 아무리 기성용이지만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이기도 했다.
황선홍 감독은 “명주가 화려하진 않아도 필요한 부분을 딱딱 짚어내기에 지도자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대표팀에서의 역할과 포항에서의 역할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경기 이해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더라”면서 “공격적인 면이 강한 하대성과 짝을 이루니까 자기가 뒤에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한다. 결국 방법은 다 알고 있는 것이다. 파트너가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칭찬을 전했다.
말 속에는 기성용과의 직접적인 경쟁은 물론이고 기성용 파트너로서의 역할도 현명하게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숨어있다. 중요한 대목이다. 기성용이 정상적인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기성용을 배제한 채 다른 2명으로 중원을 구성하는 그림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파트너 싸움인데 황 감독 말처럼 누가 짝이 됐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중요한 대목이다.
끝으로 황 감독은 “홍명보 감독과 대표팀이 나에게 원하는 모습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명주가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런 고민도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면서 “사람들은 늘 많은 것을 기대하기에 지금 명주의 모습이 다소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대표팀에 가서도 또 다녀와서도 잘하고 못하고의 등락폭이 적다. 그러면 잘하고 있다고 봐야하는 것 아닌가”는 표
황 감독의 말처럼 지금까지는 충분히 잘했던 이명주다. 신인왕을 탔던 2012년부터 2년차 징크스를 비웃은 올해까지,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는 이명주다. 그 탄력을 가지고 기성용이라는 거물과의 진검승부를 앞두고 있다. 홍명보호 4기 항해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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