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9월30일 브라질(10월12일) 및 말리(10월15일)와의 평가전을 치를 4기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내년 월드컵에 참가한다고 장담할 수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며 “앞으로 평가전이 많이 남아있고, 본선 때까지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뜻을 전했다.
붙박이라 자신할 수 있는 선수는 없고, 이는 곧 누구에게나 대표팀의 문이 열려있다는 의미기도 했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없는 말이다. 대표팀에 들어올 정도의 기량을 지닌 선수는 한정돼 있기 마련이고 갑자기 뛰어난 뉴 페이스가 툭 튀어나오기도 힘든 일이다.
김태환이 다시 홍심을 잡았다. 바늘귀를 통과하면서 다시 런던올림픽 멤버들과 조우한다.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김태환이다. |
홍명보 감독과는 아쉬운 인연이 있는 김태환이다. 김태환은 런던올림픽행이 유력했던 우량주였다. 대회를 앞둔 2012년 1월 킹스컵에도 참가했던 멤버다. 하지만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소속팀 FC서울에서의 출전기회도 점점 줄어들었다. 이런 흐름이라면 ‘그때 그 유망주’로 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런데 은사 안익수 감독의 부름과 함께 성남으로 이적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올해 초 성남의 동계훈련지에서 만난 김태환은 “정말 달라져야한다고 다짐하고 있을 때 안익수 감독님의 연락이 왔다”면서 “나도 한 번 마음먹으면 하는 스타일이다. 잘나가는 동기들을 보면서 한동안 잠을 못 잤다. 그 아픔을 잊지 않고 이를 악물겠다. 이번에는 내가 한 번 날아올라 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 다짐이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빛을 내고 있다.
김태환은 대표팀 명단이 발표된 30일 MK스포츠와의 전화통화에서 “일일이 확인하지도 못할 정도로 축하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라 얼떨떨했다”면서 “성남에서 매 경기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는 각오로 뛰고 있는데 그것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는 말로 소감을 전했다. 스스로는 어리둥절했다는 뜻을 전했으나 의외로 침착했다. 어렵사리 다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냉정한 각오였다.
그는 “런던올림픽 때는 내가 부족해서 함께 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님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신 것이니까, 정말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같은 포지션에서 뛰는 (이)청용이 형이나 (고)요한이 형과 경쟁한다는 생각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많은 것을 배우겠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아직 A매치 데뷔전을 치르지는 못했으나 조광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1년 대표팀에 호출된 적은 있었다. 김태환은 “그땐 정말 뭐가 뭔지도 몰랐다”고 회상한 뒤 “이제 처음도 아니고 더군다나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런던올림픽을 준비할 때와 똑같기 때문에 적응은 수월할 것 같다. 함께 운동했던 선수들도 많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올 생각이다”는 뜻을 전했다.
지극히 평범한, ‘초짜 도전자’다운 순한 각오다. 곱상한 외모나 조용한 말투 등 김태환의 필드 밖 외형과는 잘 어울리는 멘트다. 하지만 필드 안에만 들어서면 ‘치타’가 되는 ‘악바리 모드’와는 어울리지 않는 출사표다. 독은 속에 품고 있었다.
어쩌면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A매치 데뷔전을 치러야할지도 모른다. 행여 잘못하면 어쩌나 불안함이 들 수도 있으나 김태환은 “내가 뭐 상대를 가릴 처지는 아니잖는가”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어 버렸다. 대상이 걱정되진 않는다는 뜻이다.
이어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 내가 성남에서 하는 것처럼만 하고 오겠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더 잘할 것도 없이, 긴장하지 않고 가진 것을 쏟아낸다
동장군 속에서 품었던 절치부심이 다시 기회를 잡게 했다. 그가 부러워하던 기성용 박종우 지동원 김보경 윤석영 등 런던올림픽 멤버들과 다시 조우하게 되는 김태환이다.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되 “이번에는 내가 한 번 날아올라 보겠다”던 각오는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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