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5월 잠실구장, 경기를 앞둔 OB 정수근이 더그아웃에서 선배 안경현의 눈 밑에 아이패치를 붙여주고 있다. 애초 안경현은 낮 경기를 대비해 아이패치를 눈 밑에 하나씩 붙이고 있었지만 장난기가 발동한 정수근이 “하나 더 붙이면 더 멋있을 것 같다”며 아이패치 밑에 하나 더 붙인 것이다. 옆에 있던 김태형이 정수근의 장난을 지켜보며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다. 결국 안경현은 장난꾸러기 정수근의 꼬임에 넘어가 아이패치 두 개를 붙이고 경기에 임했다. 1995년 입단한 정수근은 다른 새내기들과는 달리 활달한 성격으로 프로생활에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당시 프로야구선수들에겐 요즘과 달리 ‘군기’가 존재했다. 구단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신인들은 하늘같은 선배들 앞에서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했을 정도로 군기가 셌다. 하지만 정수근만은 달랐다. 워낙 발랄한 성격에 붙임성까지 좋아 아무리 짓궂은 장난을 쳐도 선배들 눈에는 귀엽게만 보였다. 거기다 성적까지 좋다보니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간혹 선배들에게 혼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뒤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며 장난치기 바빴다.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최강의 ‘멘탈 갑’ 이었다. 당시 언론에서는 이런 정수근에게 ‘악동’이란 익살스런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2004년 롯데에서 선수생활을 하던 중 음주로 인한 불미스런 사건들로 인해 ‘무기한 출전금지’란 중징계를 받았던 그는 결국 2009년 그렇게 좋아하던 야구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인터넷 방송 야구해설을 하던 정수근은 최근 술로 인한 자신의 사건들을 후회하며 대리운전 사업을 시작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재현 기자 / basser@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