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오늘 승리의 아이콘이 나오잖아요?”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봉중근이 29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지나가는 류제국을 가리키며 한 마디 툭 던졌다. 이날 선발 등판한 류제국에 대한 절대적 신뢰였다. 11일째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한 봉중근은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류제국은 이날 경기 전까지 승률 83.3%를 기록한 10승(2패) 투수다. 올 시즌 18경기 등판한 경기서 팀은 15승3패를 기록했다. 8월 이후 6연승 행진. 한 차례 맞붙은 삼성전에서도 승패 없이 5이닝 2자책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는 페넌트레이스 6경기를 남긴 LG의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 1위를 바라보며 2위를 굳힐 수 있는 한 판 승부였다. 게다가 LG는 침체된 타선 탓에 최근 경기당 5안타 2연패를 당한 상태. 류제국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LG 트윈스 선발 투수 류제국의 환한 미소는 팀의 승리를 부르는 아이콘이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류제국은 2회 첫 실점을 했다. 첫 타자 채태인의 안타와 박한이의 볼넷, 유격수 실책이 겹치면서 1사 1, 3루 위기를 맞았다. 이어 이지영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김상수의 적시타 때 선취점을 내줬다.
만루 위기는 계속됐다. 류제국의 진가는 여기서 드러냈다. 평소 훈련 때도 코치진의 극찬을 받는 기본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배영섭의 타구를 감각적으로 돌아서 글러브로 막아낸 뒤 공이 튄 위치를 정확히 판단하고 글러브 토스로 3루주자를 홈에서 포스아웃시켰다. 대량 실점으로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넘긴 류제국은 정형식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 단 1실점으로 막아냈다.
류제국은 3회에도 볼넷만 2개를 내줬지만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고, 4회 2사 1루 상황에서도 정형식의 깊은 2루 땅볼 때 절묘한 타이밍에 커버 플레이로 1루서 직접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책임졌다.
류제국은 역시 승리의 아이콘이었다. LG의 타격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승리를 불렀다. LG는 0-1인 4회말 삼성 선발 차우찬을 상대로 7안타를 몰아치며 5득점을 뽑아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무서운 집중력이었다.
5회는 아쉬웠다. 류제국은 볼넷 2개와 유격수 실책이 겹치며 2사 2, 3루 위기를 맞았고, 대타 우동균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2타점 2루타를 얻어맞아 3-5로 추격을 허용했다. 승리 요건을 갖춘 류제국은 5회 우규민과 교체됐다.
류제국이 내려간 뒤에도 승리의 기운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삼성이 6회초 4-5로 추격하자 6회말 이진영의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면서 7-4로 다시 달아났다.
LG는 결정적인 실책을 두 차례나 기록하고도 타선의 폭발로 값진 승리를 챙겼다. LG는 13안타-7득점을 터뜨리며 류제국이 마운드에 오르면 타선이 폭발한다는 방정식을 또 써냈다.
LG는 9회초 마무리 봉중근을 투입하는 피말리는 승부 끝에 7-5로 이겼다. 72승51패를 기록한 LG는 삼성(72승2무50패)과의 격차를 0.5경기로 줄이며 극적인 막판 뒤집기 우승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이날 승리를 거
류제국은 7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시즌 11승(2패)째를 따내며 승률 84.6%를 기록했고, LG는 류제국이 등판한 19경기서 16승(3패) 승률 84.2%를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승리의 아이콘은 타선의 지원이 아닌 위기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류제국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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