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올 시즌 넥센 히어로즈의 122경기는 지난 5시즌 동안 펼친 658경기에서의 갈증을 완전히 해소시켜준 오아시스와 같았다. 철저한 대비와 위기 속에서의 선수단 단합은 한(恨) 맺혔던 과거를 잠재우는 원동력이 됐다.
넥센은 29일 LG 트윈스전에서 이겨 구단 창단 이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승리로 넥센은 69승2무51패로 LG-두산 베어스-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마지막 가을야구행 티켓을 획득했다.
![]() |
넥센은 28일 목동 LG전에서 승리해 2008년 팀 창단 이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MK스포츠 DB |
7-6-7-8-6. 지난 5시즌 동안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넥센은 야구팬들에게도 외면당했었다. 관심 밖의 팀이 되다보니 매 시즌 4강 예상 기상도에서 당연하듯 제외됐었다.
올 시즌은 달랐다. 염경엽 감독이 신임되면서 팀 색깔은 완전히 바뀌었다. 선수층이 얇다는 평가를 받았던 넥센은 마무리캠프 때부터 주전과 백업 선수를 나눠 각자에게 임무를 부여했다. ‘야구를 생활화하라’고 강조한 염경엽 감독은 훈련의 일부분에 휴식을 포함시켰다. 이 결과, 자율훈련을 통한 컨디션 조절로 부상을 막았다.
9개 구단 중 20승, 30승, 40승에 선착한 넥센은 자만하지 않았다. 승수를 쌓을 때마다 선수단이 하나로 뭉쳐 새로이 각오를 다졌다. 지난 6월 4일 목동구장에서 당시 공동 1위였던 삼성 라이온즈를 무너뜨리고 30승 고지를 가장 먼저 밟으며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이날 경기 후 주장 이택근은 선수단을 소집해 “경기 승패와 팀 성적을 떠나서 야구선수의 본분을 잊으면 안 된다. 각자 위치를 제대로 지키자”라고 말하며 자칫 들뜰 수 있었을 팀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도록 주의시켰다.
상승곡선을 타던 넥센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팀 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한 전력 이탈과 ’마(魔)의 1회’를 넘기지 못한 선발 마운드의 붕괴, 오심에 의한 혼란, 8연패 늪에 빠지는 등 시련을 겪었다.
육체적·정신적으로 지쳤던 넥센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과 같을 수 없다며 자신감 회복에 힘썼다. 선수들은 서로를 챙기며 조직력을 다졌다. 또한 지난해 성적을 토대로 최악의 상황을 대비했던 넥센은 새 얼굴들을 투입해 위기에 빠진 팀을 구했다.
시즌 초반 구성된 5인 선발 체제는 브랜든 나이트-앤드류 밴 헤켄을 제외한 김병현-강윤구-김영민을 대신해 오재영-문성현을 합류시켰다. 그 뒤를 이어 홀드 부문 1위인 한현희(27홀드)와 압도적으로 세이브 1위에 오른 손승락(44세이브) 등이 뒷문을 확실하게 걸어 잠갔다.
공격에서는 타격 5개 부문(홈런, 타점, 득점, 출루율, 장타율) 단독 선두에 오른 박병호를 중심으로 이택근, 강정호, 김민성, 이성열 등이 맹타를
넥센은 더 이상 약팀이 아니다. 앞으로 남은 6경기에서 집중력을 앞세워 페넌트레이스 2위를 노리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무리하지 않되 최선의 경기를 펼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넥센의 가을야구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gioia@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