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사구 후유증인가.
레다메스 리즈(30, LG 트윈스)가 지난 28일 잠실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선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과감한 몸쪽 승부 실패가 결정적 패인이 됐다. 리즈가 흔들리고 있다.
페넌트레이스 막판 승부처로 꼽혔던 LG의 잠실 3연전 첫 경기. 넥센전은 이틀 쉰 LG가 총력전을 예고한 첫 판이었다. 1위 탈환과 함께 2위 수성을 위한 중요한 경기였다. 김기태 LG 감독은 일찌감치 에이스 리즈를 내세우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리즈는 심각한 제구력 난조를 겪었다. 5회까지 위기를 넘겼지만, 6회초 넥센 김민성에게 스리런 한 방을 얻어맞고 7피안타 3볼넷 4실점으로 무너졌다. LG도 0-4로 영패를 당했다. 선두 삼성 라이온즈와 승차가 1.5경기로 벌어졌고, 넥센과 1경기차 추격을 허용했다. 뼈아픈 패배였다.
리즈는 이날 수차례 위기 상황을 자초했다. 3회 안타와 볼넷 2개로 주자를 내보냈지만, 2차례 견제사로 위기를 넘겼다. 4회에도 무사 만루 위기를 맞으며 선취점을 내줬다. 결국 6회 1사 1, 2루서 김민성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LG 트윈스 외국인투수 레다메스 리즈가 최근 2연패를 당했다. 지난 2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차명석 LG 투수코치가 흔들리는 리즈를 진정시키기 위해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리즈는 최근 사구로 마음고생을 심하게 앓았다. 지난 8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상대 타자 배영섭의 헬멧을 강타하는 공을 던졌다. 배영섭은 당시 큰 부상을 피했지만, 이후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며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리즈는 사구의 고의성 여부를 떠나 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비난의 일방적 대상이었다.
리즈도 삼성전 사구 사태 이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로 미안한 마음이 컸지만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리즈는 삼성전 이후 지난 14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해 7⅔이닝 무실점 호투로 후유증을 없앤 듯했다.
NC전은 부담이 적은 경기였다. 이후 중요한 두 경기서 2연패를 당했다. 2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4⅔이닝 7피안타(1피홈런) 5볼넷 4실점으로 5회도 책임지지 못했다. 후반기 최악의 투구였다.
특히 넥센전은 순위 싸움을 하는 치열한 상황에 강타선을 상대로 승부를 벌여야 하는 경기였다. 리즈는 자신의 공을 마음껏 뿌리지 못했다. 92개의 공 가운데 36개가 볼이었다. 직구 볼 비율이 26개로 높았다. 몸쪽 직구로 승부수를 던지지 못한 것이 어려운 경기를 끌고 간 결정적 원인이 됐다. 김민성에게 맞은 홈런도 몸쪽으로 높게 제구된 127㎞짜리 어설픈 커브였다.
리즈는 삼성전 이후 3경기서 몸에 맞는 공은 기록하지 않았다. 대신 볼넷을 10개나 기록했다. 몸쪽 과감한 승부가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LG 구단 관계자는 “리즈가 겉으론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워낙 순둥이라서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배영섭은 지난 27일 1군에 복귀했다. 이날 톱타자로 선발 출장해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경기 감각을 찾지 못하며 아직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리즈도 사구 후유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맞힌 선수도 맞은 선수도 경기력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
LG는 포스트시즌 첫 경기서 리즈가 1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아직 순위가 확정되지 않은 시즌 막판 한 차례 등판이 남아있다. 삼성도 1위 확정을 위한 시즌 마무리와 포스트시즌서 배영섭의 톱타자 활약이 절실하다.
사구 논란은 이미 지난 일이다. 두 선수 모두 사구 후유증을 빨리 씻어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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