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우리는 국가대항전이라는 각오로 임하겠다.”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에스테그랄과의 ACL 4강 1차전을 앞둔 최용수 FC서울 감독의 출사표다. 현재 이란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를 무려 7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에스테그랄이고 FC서울 역시 전현직 국가대표가 14명이나 된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대한민국과 이란이 맞붙었던 기억과 엮어 ‘미니 국가대항전’이라 불리는 배경이다.
김치우는 지난 6월 ‘울산 난장판’을 기억하고 있는 유일한 FC서울 멤버다. 에스테그랄전이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사진= MK스포츠 DB |
당시 한국대표팀은 이란대표팀에게 0-1로 패했다. 최강희 감독과 신경전을 펼치던 이란의 케이로스 감독은 어이없게도 ‘주먹감자’를 한국 벤치에 날리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펼쳤고, 이란 선수들이 도에 지나친 세리머니는 월드컵 8회 연속 본선진출의 기쁨을 누리려던 선수들과 팬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잔칫집이 졸지에 난장판이 됐던 기억이다.
최용수 감독이 “울산에서 열린 경기를 생각하면, 지금도 씁쓸하다. 비록 가슴에 태극기는 없지만 나도 선수들도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는 말로 전의를 태우는 이유다. 모두가 필승의지를 다지겠으나 ‘울산 난장’을 기억하는 유일한 FC서울 멤버 김치우에게는 보다 특별한 설욕전이 아닐 수 없다.
김치우는 ‘울산 치욕’을 직접 경험했다. 최종예선 6차전이었던 6월4일 레바논 원정에서 후반 막판 극적인 프리킥 골로 대한민국의 월드컵 진출에 큰 역할을 한 김치우이기에 이란과의 마지막 경기는 씁쓸함이 더 진했다. 만약 이란이 초를 치지 않았다면, 김치우는 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다. 에스테그랄전은 놓칠 수 없는 설욕 기회다.
최근 FC서울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김치우는 “다시 생각해도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들의 행동이)너무 분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며 울산에서의 이란전을 떠올린 뒤 “그때를 생각하면 이번에 반드시 설욕을 하고 싶다”는 말로 승부욕을 불태웠다. 2차전에는 무려 10만 관중이 들어차는 ‘아지드 스타디움’으로 원정을 떠나야하기에
승리만이 복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란전을 회상하면서 김치우 스스로 말했듯, 난장판을 만드는 상대의 무례함도 결국 이기지 못했기에 지켜봐야했던 불상사다.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가슴에 기억하고 있는 김치우다. 안방에서 똑같은 수모는 없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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