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내 뒤에 이대호라는 선수가 있었기 때문에….”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타자 손아섭(25)이 밝힌 올해 도루가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다. 무리하게 뛸 필요가 없었다. 지난해까지 6시즌 통산 5.3개의 도루에 불과했던 손아섭의 올 시즌 도루는 무려 35개. 타율과 안타도 3할4푼1리-155안타(리그 1위)로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다. 이대호(31, 오릭스)와 홍성흔(37, 두산)이 떠난 뒤 4번타자 부재에 시달리는 롯데의 유일한 해결사로 나섰다.
그는 하겠다면 해내고야 마는 선수다. 어느 광고문구처럼 '생각대로' 한다.
롯데 자이언츠 간판타자로 성장한 손아섭이 2014년 더 강력하게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사진=MK스포츠 DB |
롯데는 5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손아섭도 시즌 마무리와 함께 2014년을 머릿속으로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는 팀 내에서 유일하게 제 몫을 다한 선수지만 마음고생이 많았다. 팀 성적에 대한 책임이 최우선이었다. 그는 “3번타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항상 미안하다. 팀이 5위를 한 것은 내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올 시즌을 치르면서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 듯했다.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시즌에 조금 생뚱 맞지만 사실이다. 그는 “나는 팀 승리를 안겨 줄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단지 팀 승리에 도움을 주는 선수였다”고 자신을 돌아봤다.
임팩트 있는 한 방이 없어서다. 손아섭은 홈런왕 타이틀을 눈앞에 둔 박병호(27· 넥센)를 예로 들었다. 그는 “박병호 선배의 홈런은 팀에 승리를 안겨준다. 안타만 많이 치는 것은 전혀 위압감이 없다. 타격왕보다 홈런왕을 인정하는 분위기 아닌가? 올 시즌을 치르면서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손아섭은 올 시즌 홈런은 8개에 그쳤고, 장타율도 4할5푼2리로 10위권 밖인 11위에 머물렀다. 손아섭이 가장 아쉽게 느낀 부분이다. 그는 “팀의 3번타자는 최고가 돼야 하는데 난 장타력이 없었다”며 “내년에는 장타 욕심이 난다. 시즌을 치르면서 기술적으로도 많이 느낀 것이 있다. 내년에는 15~20개 정도의 홈런을 칠 수 있도록 보완하겠다”고 눈을 번뜩이며 각오를 다졌다.
손아섭의 홈런에 대한 강한 목표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염경엽(45) 넥센 감독은 “타자는 홈런에 욕심을 부리게 되면 자신의 타격 매커니즘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박병호가 올해 가장 좋아진 것은 욕심을 안 부리고 참은 것이다. 박병호에게는 어떤 변화도 주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손아섭은 확실한 목표를 설정했다. 확실한 선도 그었다. “나는 박병호가 아니다. 또 그렇게 될 수도 없다. 나는 손아섭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손아섭이기 때문에 큰 걱정이 되지 않는다.
손아섭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을 채찍질 하는 선수다. 올 시즌 개인적인 성적을 떠나 팀 성적 부진에 속으로 눈물을 흘린 채찍은 더 매서워졌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스프링캠프가 그려지고 있었다.
또 한 번 진화할 ‘2014 손아섭’이 벌써 기대된다.
손아섭의 포효. 그는 한 방으로 팀에 승리를 안길 수 있는 타자를 꿈꾸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