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가 불명예 역사를 청산했다. 9개 구단 최초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시즌 개막 전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 드라마다. 그러나 김기태(44) LG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올해는 유광점퍼를 사셔도 좋습니다”라며 가을야구를 확신했다. 2년차 막내 감독이 팬들과의 약속을 지켜냈다.
LG는 페넌트레이스 8경기를 남겨놓고 71승49패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지난 2002년 이후 무려 11년 만의 가을야구 초대장을 손에 쥐었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장 기간 포스트시즌 좌절의 불명예도 씻어냈고, LG를 둘러싼 ‘DTD(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이론도 말끔히 청산했다.
LG 트윈스가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 뒤에는 김기태 LG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있었다. 사진=MK스포츠 DB |
김 감독의 리더십은 특별하지 않다. 선수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누구보다 세심하게 챙겨주는 ‘형님 리더십’이다. 선수들과의 소통을 통해 쟁쟁했던 그동안 LG를 거쳐간 형님들이 하지 못한 가을야구 역사를 다시 썼다. 또 나머지 8개 구단 형님들보다 한 발 더 빨랐다.
김 감독은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FA 3인방 조인성, 이택근, 송신영을 모두 다른 팀으로 떠나보내야 했고, 승부조작 파문으로 선발 투수 2명을 잃었다. 선수 보강도 없었다. 데뷔 첫해 성적은 7위. 김 감독은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는 가족같이 팀이 하나로 뭉쳤다는 큰 소득이 있었다”고 만족했다.
이후 FA 정현욱과 트레이드 시장에서 현재윤, 손주인 등을 영입하며 부족했던 공백을 조금씩 채웠다. 기존 선수들과의 조화를 위해 부단히 신경을 썼다. 베테랑들의 영입은 기존 고참 선수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제였다.
김 감독은 베테랑들과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기막힌 줄다리기를 했다. 선수단 막내부터 최고참까지 형님의 마음으로 다가갔다. 선수들의 정확히 파악하고 눈높이를 마쳤다. 올 시즌 LG가 가장 완벽한 신구 조화를 이룬 배경이기도 했다. LG는 어느새 1994년 신바람 야구를 일으키던 그때로 돌아가 있었다. 베테랑(한대화, 노찬엽, 최훈재)과 신인 트로이카(유지현, 김재현, 서용빈)의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김 감독은 선수 탓을 하지 않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지휘봉을 잡은 이후 단 한 번도 남 탓으로 돌린 적이 없었다. 포스트시
LG는 1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과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린다. 김 감독의 미라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팬들이 원하는 그곳’을 향해 김 감독은 다시 지휘봉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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