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1위요? 욕심 없습니다. 순리대로 가야죠.”
염경엽(45)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독종 여우로 불린다. 속을 알 수 없는 지략가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을 눈앞에 둔 넥센은 시즌 막판 스퍼트로 1위까지 넘보고 있다. 흔들릴 만도 하다. 그런데 염 감독은 속내를 감췄다. 올해를 넘어 내년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넥센은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4강권 3팀(삼성‧LG‧두산)이 가장 두려워하는 팀이다. 넥센은 3팀을 상대로 시즌 상대 전적에서 모두 앞선다. 1위 삼성에 8승1무7패, 2위 LG에 10승5패, 4위 두산에 8승7패로 우위에 있다. 게다가 최근 6연승을 달리는 등 9월에만 11승3패를 기록했다. 막판 상승세가 무섭다.
넥센 히어로즈가 구단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앞두고 있다. 염경엽 감독도 지휘봉을 잡은 첫해 가을야구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넥센은 올 시즌 고비가 많았다. 야구장 안팎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올해 첫 지휘봉을 잡은 염 감독으로서는 이겨내기 힘든 첫 시련이었다. 그러나 염 감독은 독한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다잡았다.
염 감독은 “4, 5월과 9월은 좋았지만, 나머지 6~8월은 지키고 버틴 것이다.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을 견뎌주고 4위와 승패 +6 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것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며 “우리는 이겨내 본 적이 없는 선수들이다. 만약 떨어졌으면 또 작년처럼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나도 선수들도 자신감을 얻었다. 이런 경험이 내년에도 밑거름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6~8월 위기를 이겨낸 힘은 기다림이었다. 염 감독은 “8연패 이후 한 번의 반등 기회가 오거나 끝까지 안오고 끝나거나 둘 중 하나였다”며 “그래도 무리하지 않으려고 했다. 당장 이기려고 모든 것을 쏟아부으면 오버워크가 걸리기 마련이다. 그러면 싸워야 할 때, 중요할 때 힘을 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즌 막판 상승 타이밍이 필요할 때 6연승을 한 것은 천운인 것”이라며 빙그시 웃었다.
염 감독이 1위에 대한 욕심 질문에 “그런 욕심 없습니다”라고 단칼에 베어낸 이유도 같다. 염 감독은 “쫓기면 힘들다. 쫓아가는 입장이 편한 것이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우리는 한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만 할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4강권 순위 결정은 포스트시즌 성적에 큰 영향을 끼친다. 막판 체력 관리와 준비 과정이 수반돼야 포스트시즌 총력전을 이겨낼 수 있다. 그러나 염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염 감독은 “물론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면 체력 보강할 시간이 충분하다. 하지만 며칠 쉰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시즌 막판 3~4경기 정도 남기고 어차피 다 조절을 할 것이다. 그것보다는 풀시즌을 어떻
염 감독은 몇 수를 내다보며 준비하고 있다. 창단 첫 가을야구 축제를 앞두고, 그의 머릿속 노트에 적힌 시나리오대로 풀리고 있다. 그 시나리오 안에는 내년 넥센의 밑그림까지 담겨져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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