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부산) 임성일 기자] 최강희 전북 감독은 수식어가 많다. 지금이야 ‘봉동이장’ 이미지가 굳어졌으나 과거에는 다른 별칭으로 통했다. 시쳇말로 ‘한물갔다’고 평가받던 이들이 최강희 감독의 손을 타면 부활의 날개를 펼치자 ‘재활공장장’이라는 수식어가 나왔다.
여기에 ‘강희대제’라는 멋진 별명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6년 승승장구하며 ACL 정상을 차지할 때 중국 기자들이 붙여준 자랑스러운 수식어이다. ‘봉동이장’과는 사뭇 다른 ‘강희대제’는 최강희 감독의 승부사 기지를 잘 표현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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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감독이 봉동이장 이미지를 버리고 강희대제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내일이 아닌 지금을 노리고 있다. 철저하게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다. 사진= MK스포츠 DB |
스플릿 라운드 돌입 이후 1무1패에 그치던 전북은 21일 부산과의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신승을 거두고 중요한 승점 3점을 챙겼다. 지난 15일 FA컵 4강에서 만났던 부산이 ‘복수’를 외쳤던 리턴매치라 적잖이 부담스러웠다. 이동국과 이승기, 정인환 등 주축들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의 원정경기라 쉽지가 않았다. 내용 역시 그리 후한 점수를 줄 수는 없었다. 레오나르도의 프리킥 결승골이 아니었다면, 3점 사냥은 쉽지 않았다.
경기 후 최강희 감독 역시 “경기 내용은 썩 좋지 않았으나, 어려운 경기를 이겼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했음을 설명했다. 이런 기조는 향후 한동안 이어질 공산이 크다.
최 감독은 “이제 앞으로는 이런 경기가 많을 것이다. 공격진에 부상이 많은 상황에서 우리가 상대를 압도하기가 어렵다. 이제는 우리도 이기는 경기, 3점을 따는 경기를 펼쳐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화려하고 시원한 ‘닥공’ 브랜드를 버리고 철저하게 실리를 좇겠다는 의지였다.
그는 “전체적으로 공격 쪽의 문제가 크다. 케빈이 고군분투 하고 있으나 매끄러운 전개가 되지 않기에 어려운 승부가 불가피하다”면서 “버티는 힘이 필요하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때문에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적극적인 수비가담을 요구하고 있다. 쉽지 않겠으나, 외국인 선수들이 중요한 몫을 해줘야한다”는 말로 어려운 처지를 설명했다.
한창 신바람을 낼 때는 공격수들은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잔소리’를 자제했던 최강희 감독이다. 덕분에 ‘닥공’이라는 색채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최 감독은 “동계훈련을 함께 했으면, 여름이 지난 이 시점에는 팀이 궤도에 올라 있어야한다. 그러면 감독은 그냥 선수들을 믿고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내가 선수들에게 말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말로 ‘개입’을 많이 하고 있다는 뜻을 에둘러 밝혔다.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가 돌아왔던 과정 속에서 전북은 흔들림이 불가피했다. 돌아왔을 때 팀은 꽤 어수선했다. 때문에 올해보다는
보는 맛을 잠시 접고 이기는 맛에 집중할 참이다. 최강희 감독 스스로 봉동이장이 아닌 강희대제로의 변신을 꾀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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