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마무리투수 오승환은(31)은 특별하다. 실점이나 블론세이브가 낯설게 느껴지게 하는 자타공인 한국의 최고의 수호신이다. 그런 오승환이 연이틀 흔들렸다. 그런데 시기가 공교롭다.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가 구체적임 몸값까지 흘리며 적극적인 이적을 희망하고, 삼성과 KBO가 항의의 뜻을 드러낸 직후다. 이적설의 태풍이 오승환을 흔들고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는 균열이다.
오승환을 둘러싼 이적설이 도를 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 오승환 흔드는 도 넘은 이적설
17일 일본의 산케이스포츠는 “한신이 오승환을 영입하기 위해 2년 간 7억엔(약 76억원) 정도의 몸값을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오승환은 시즌 종료 후 삼성의 동의하에만 해외이적이 가능한 제한적인 FA자격을 갖게 된다. 아직 오승환의 이적과 관련한 해외이적의 구체적인 계약조건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와서는 안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쏟아진 이적설은 삼성의 배타적 권리를 침해하는 일인 동시에 탬퍼링(사전접촉)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더군다나 아직은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할 시즌 중이다. 삼성은 당연하게 항의와 유감을 표시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일본야구기구(NPB)에 항의의 뜻을 전달하며 사건 재발 방지를 당부했다.
오승환은 결국 며칠 동안 이적설의 거센 태풍에 휘말렸다. 사실 이런 일본 언론과 구단의 움직임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시즌 중반부터 오릭스와 한신 등의 복수의 구단과 언론을 통해 오승환의 이적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쏟아졌다. 문제는 이것이 적절한 시기에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관심이 있다는 수준 정도가 아니라, 타 팀인 선수를 구체적인 몸값까지 제시하며 영입하겠다는 뜻을 드러내는 것은 도를 넘은 행동이다.
다수의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일본 구단들이 한국에 스카우트를 파견해,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것도 이제는 낯선 모습이 아니다. 이미 해외구단들의 관심은 기정사실이 됐다. 문제는 세간의 관심이 점점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오승환을 향한 미국과 일본의 관심이 뜨겁다. 오승환을 보기 위해 몰려든 스카우트들. 사진=MK스포츠 DB |
▲ 오승환도 사람이다
‘돌부처’라고 불릴만큼 평상심을 잘 유지하는 포커페이스의 그지만, 최근 흔들리고 있다. 오승환은 17일 포항 두산전 9회 초 1사에서 시즌 무홈런에 그치고 있던 손시헌에게 솔로홈런을 맞았다. 다음날 NC전에서는 8회 2사 후 등판해 김종호의 2루 도루 이후 박민우에게 6구만에 볼넷을 내줬다. 이어 나성범에게 2타점 3루타를 맞고 역전을 허용했다. 시즌 2번째 블론세이브. 이후 오승환은 9회를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팀이 역전을 하면서 쑥스러운 구원승을 거뒀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른 시기부터 쏟아진 무성한 이적설에 오승환도 신경이 쓰인다는 방증으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관심 자체는 반갑지만 지금 시기에 선수 본인도 원치 않는 소란이다. 지금이 아닌 시즌 이후 이적에 온통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다면 어느 누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외적인 것들에 쏠리는 관심과 소란은 집중이 필요한 선수들에게 가장 무서운 독이다. 오승환은 “한신의 관심은 감사하지만 아직 시즌중이다. 경기에 집중하고 싶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시점이다. 오승환은 지금은 삼성의 성적을 위해 집중할 때이고, 시즌 종료 후에는 해외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있으나 그것을 의식해서 투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원론적이고 상식적인 대답이며 지금 오승환이 취해야할 가장 적절한 태도다.
시즌 중, 우승경쟁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할 시점에서 팀의 ‘수호신’을 흔드는 것은 ‘페어플레이’를 위반한 것에 가깝다. 오승환의 성격과 정황상 이런 행위들은 매우 불편한 ‘흔들기’가 될 수 밖에 없다. 사실 삼성을 자극하는 일본 언론과 구단들의
이런 지나친 ‘설’들은 시즌 종료 후 테이블이 차려진 직후에도 충분하다. 관심은 어쩔 수 없으나, 본인이나 구단에게는 중요한 유종의 미를 위한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on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