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1년여 만에 선발 등판 기회였다. 당장 뭔가 보여주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터다. 올해보다는 내년을 기약한 등판이었다. 하지만 송은범(29·KIA)의 시즌 첫 선발 등판은 ‘악몽’으로 끝났다.
송은범은 13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했다. 지난해 10월 5일 문학 롯데전 이후 343일 만이었다. 지난 4일 퓨처스리그 경찰전에서 5이닝 1실점을 하며 기대감을 키웠던 송은범이지만, 1군 무대는 달랐다. 그리고 1위 LG의 방망이는 매서웠다. 5회를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송은범은 이날 4⅔이닝 동안 9피안타 6실점으로 부진했다. 3회까지는 안타 1개만 허용하며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으나, 4회 들어 흔들리더니 5회 와르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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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송은범이 13일 잠실 LG전에서 시즌 첫 선발 등판했다. 3회까지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4회 이후 급격히 무너졌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KIA 타선은 4회 2점을 올리며 송은범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그러나 송은범은 4회부터 이상 징후를 보였다. 볼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의 묵직한 맛도 떨어졌다. 타순을 한바퀴 돌면서 LG는 송은범 공략법을 터득한 듯 했다. 스윙이나 타구가 초반과는 달랐다.
송은범은 4회 안타 3개를 맞고서 1실점을 했다. 1,2루의 계속된 위기에서 볼넷 1개를 내주며 만루 위기까지 몰렸으나, 윤요섭을 유격수 직선타로 간신히 잡아냈다.
그러나 송은범의 악몽은 5회 발생했다. 공을 던지면 족족 맞으며 만신창이가 됐다. 첫 타자 손주인에게 안타를 맞은 뒤, 곧 이어 박용택에게 1타점 3루타를 얻어맞았다. 흔들리던 송은범은 폭투를 범하며 허무하게 역전 점수를 내줬다.
이후 송은범은 2사 1루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 1개를 잡지 못했다. 이병규(9번)의 2루타와 이병규(7번)의 우전안타로 1점씩을 더 잃었다.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 투구수도 100개(104개)를 넘어섰다. 교체 아웃이었다. 뒤이어 마운드에 오른 신승현이 김용의에게 2점 홈런을 얻어맞으면서, 송은범의 실점은 6점
송은범은 4회와 5회에만 61개의 공을 던졌다. 지나치게 많은 투구수였다. 경제적인 투구와는 거리가 있었다. 스트라이크가 36개, 볼이 25개였다. 제구도 좋지 않았다. 내년을 바라보면서 첫 선발 등판했지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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