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두뇌가 뛰어나 성공을 이루어 대업을 완성한다.”
지난달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퓨처스리그 경기를 시청하던 중 낯선 이름의 투수가 무척 반가웠다고 한다. 147km 직구를 포수 미트에 정확하게 꽂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희망을 봤다.
염경엽 감독을 놀라게 한 그 이름은 장시환이다. 2007년 신인 2차 지명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우완투수 장효훈이 지난 6월 20일 새로운 야구인생을 꿈꾸며 장시환으로 개명했다.
장시환은 새로운 야구인생을 위해 개명했다. 사진=MK스포츠 DB |
하루 사이에 개명을 결정한 것이 아니다. 장시환은 “어릴 때부터 형과 돌림자를 맞추기 위해 이름을 바꾸려고 했다. 당시 절차가 복잡해서 바로 하지 못했다. 프로선수가 되니 시즌 기간에는 시간이 없고 비시즌 기간에는 해외 전지훈련으로 한국에 없어 계속 미뤄왔다”라고 전했다.
프로데뷔 7년 차인 장시환에게도 1군은 여전히 꿈의 무대다. 올 시즌 단 2경기에 등판해 5⅔이닝 동안 7탈삼진을 잡았다. 그러나 삼진을 잡은 개수만큼 7피안타(1홈런) 7볼넷을 허용해 9실점(평균자책점 14.29)을 범했다. 4월 14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이후 줄곧 2군에 머물고 있다.
개명을 했다고 해서 인생이 바뀐다는 것은 분명 하나의 속설이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으나 프로선수 중 개명 후 성적이 좋아진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이다. 유망주 손광민에서 중심타자 손아섭으로 수식어가 바뀌었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기분 차이가 있겠지만 선수들 사이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일이 됐다.
장시환에게도 새로운 계기가 필요했다. 마침 부모님의 권유도 있어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장시환은 “2군에 있으면서 아버지와 의논했다. 예전에는 형과 돌림자를 사용하기 위한 것과 어머니 종교(불교)를 생각해서 바꾸려고 했는데 지금은 내 야구인생에 맞는 이름으로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시환은 “개명했다고 혹시나 하는 기대로 묻어가려는 마음은 없다. 하루아침에 인생이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노력이 실력을 만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옛 것을 바꾸는 것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장시환은 2군 소속이지만 1군 선수단에 합류해 훈련하고 있다. 1군과 2군을 오가며 분위기를 익히고 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 19경기 등판해 5승3패1홀드1세이브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 중이다. 최근 3경기에서 15이닝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아직 시즌이 종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간은 남아있다. 입단 초 파워피처로서 주목을 받았으나 만년 유망주로 남은 장시환. 이번 계기로 야구인생에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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