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스피드 업.’ 결국은 속도전이었다. 점점 더 빨라지는 경기 템포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1년도 채 남지 않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빈 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홍명보호 출범 이래, 가장 난이도가 높은 시험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냉정했다. 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완패했다. 졸전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세계의 높은 벽에 부딪힌 한판이었다. 그리고 수준 차이를 절감한 한국축구에 ‘갈 길이 멀다’라는 걸 시사했다.
태극전사도, 축구 관계자도 하나같이 말했다. 크로아티아가 정말 강했다고. 그러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몇몇 선수가 빠져도 이 정도였다.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와 만주키치(바이에른 뮌헨)까지 합류한데다 체력의 여유까지 더해졌다면, 더욱 무시무시한 크로아티아를 피부를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은 7개월 만에 다시 만난 크로아티아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크로아티아의 빠른 공격과 강한 압박에 속절없이 당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한국이 크로아티아에게 밀렸던 가장 큰 이유는 속도 싸움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크로아티아의 공격적인 압박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 변형 파이브백(5-back)을 쓰면서 매우 공격적으로 올라섰다.
공격과 수비의 간격이 촘촘한 크로아티아는 빠르고 강한 압박으로 한국의 예봉을 쉽게 꺾었으며, 동시에 빠른 패스 타이밍으로 한국 수비 배후를 노렸다. 빠르게 전개되는 크로아티아의 공격에 적잖이 흔들렸던 한국 수비진이다. 2실점만 한 것도 다행일 정도였다.
김대길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크로아티아는 차원이 다르다. 공격이 상당히 빠르다. 전방 압박이 거세니, 한국 수비의 부담도 가중되기 마련이다. 볼 터치도 안정됐고 공수 간격은 매우 좁다. 수비수들이 빠른 패스 속도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홍명보 감독은 부임 이래, 월드컵 본선 경쟁력에 대해 공격보다 수비에 초점을 뒀다. 세계 강호들과 겨루기 위해
‘1.5군’이라는 표현이 쓰였던 팀에게 이렇게 당했다. 그리고 월드컵 본선에는 크로아티아보다 더 강한 상대와도 맞붙는다. 이 정도 채찍 ‘강도’는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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