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임성일 기자] 최근 10경기에서 7승3무의 파죽지세를 달리고 있던 팀의 플레이라고 보기에는 한참 부족했던 전북이다. 비록 이동국과 이승기라는 중요한 자원들이 모두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고 해도 실망스러운 경기력이었다. 더군다나 상대 포항스틸러스 역시 이명주가 대표팀 차출로, 황진성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외려 타격은 포항 쪽이 더 컸다.
경기를 앞두고 최강희 전북 감독도 “우리도 영향이 있겠지만 포항에 있어 황진성과 이명주의 존재감은 너무 큰 것 아닌가”라는 말로 포항이 누수를 막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에둘러 전했다. 그런 완전치 않은 포항을 상대로 전북의 플레이는 수준 이하였다. 최강희 감독이 경기 내내 뿔 날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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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의 두 팔은 허리춤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만큼 답답했던 전북의 90분이다. 승승장구하던 전북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 MK스포츠 DB |
상당히 중요한 경기였다. 스플릿 라운드 첫 경기였다. 최강희 감독이 “이제 남은 12경기는 모두 결승전”이라고 말했듯 ‘진검승부’의 시작을 알리는 첫 단추였다. 동기부여도 충분했다. 1위 포항(49점)에 불과 승점 1점 뒤처진 3위에 올라있던 전북이 만약 승리한다면, 같은 승점으로 2위에 있는 울산의 경기(vs 인천) 결과에 따라 선두에 올라설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포항은 악재가 끼었다. 전력의 핵이라고 부를 수 있는 2명의 미드필더가 모두 빠졌다. 지난 시즌 팀의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했던 황진성은 수술대에 올랐고, 올 시즌 에이스라 부를 수 있는 이명주는 대표팀 차출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더군다나 포항은 앞선 2경기(울산, 부산)를 모두 패했다. 포항이 2연패를 당한 것은 올 시즌 처음이다. 여러모로 상황은 전북이 나았다. 호재였다.
그러나 경기 양상은 전혀 달랐다. 포항이 없는 선수들의 빈자리까지 채우겠다는 강한 각오로 전의를 다진 것과 달리 전북 선수들의 움직임은 계속 엇박자를 냈다. 전반 6분 만에 실수로 실점을 내준 것부터 꼬였다. 정혁이 볼을 빼앗긴 것이 화근이 되어 노병준에게 어이없는 골을 내줬다. 이 자체도 아쉽지만, 더 큰 문제는 이후 플레이었다.
패스할 곳을 찾지 못하기 일쑤였고, 패스할 곳을 보아도 정확하게 연결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최근의 상승세를 감안할 때 선제골 때문에 크게 흔들릴 상황은 아니었다. 모든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라 말하기도 어렵다. 시쳇말로 ‘홀렸다’는 표현이 어울릴 법할 정도로 허술했다. 찬스는 잡지 못했고 위기는 쉽게 자초했다. 전반 종료 직전 두 차례의 1대1 실점 위기에서 최은성의 노련한 판단력이 아니었다면 더 실점할 수 있었다.
최강희 감독은 전반 내내 자리에 앉지 못했다. 수시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렸고, 시간의 상당부분은 답답하다는 듯 몸동작을 취했다. 하프타임 때 강한 질책이 나왔을 것이라는 짐작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에도 전북의 무기력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외려 추가실점을 허용했다.
후반 5분 만에 스코어가 더 벌어졌다. 이명주를 대신해 출전한 미드필더 김승대의 패스를 받은 박성호가 박스 안에서 침착하게 수비수 1명을 제치고 오른발로 슈팅, 팀의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전북의 경기력을 봤을 때, 포항의 사기를 봤을 때 2골도 뒤집기 쉽지 않은 포인트였다. 그런데 또 추가실점을 했다.
후반 12분 박성호가 쐐기골을 터뜨렸다. 노병준이 오른쪽을 파고든 뒤 올린 크로스를 박성호가 오른발로 연결하면서 3번째로 전북의 골망을 흔들었다. 세 번째 실점은 전북에게 치명타였다. 크로스가 올라가는 과정에서 두 번이나 전북 수비가 걷어낼 수 있었으나 위치선정 실패와 집중력 부족으로 박성호에게 연결되게 했던 것이 화근이다.
전북 서포터석은 찬물이 끼얹어진 듯 조용해졌고, 최강희 감독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김신영과 송제헌을 차례로 투입하면서 반전을 도모했으나 흐름의 큰 줄기를 바꾸기는 역부족이었다.
경기 전 최강희 감독은 “최근 들어 어려운 경기들을 잘 극복하면서 선수들의 사기가 많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면서 “앞으로 3~4경기를 잘 치르면 궤도에 오를 수 있을
답답한 듯 허리춤에 올라간 최강희 감독의 두 팔은 내려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자멸이었다. 시즌 중간에 지휘봉을 물려받은 뒤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낸 최강희 감독의 지도력이 다시금 필요한 시점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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