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에서 이름이 같아 슬픈 비운의 남자는 누굴까.
‘캡틴’ 이병규(39, 9번)의 그늘에 가려진 ‘빅뱅’ 이병규(30, 7번)이다. 이름이 헷갈려 별명도 많다. 한때는 작은 병규를 줄여 ‘작뱅’으로 불렸다. 김기태 LG 감독이 “자꾸 작아지는 것 같다”며 적극적인 요구로 빅뱅이 됐다.
작년에는 등 번호도 7번으로 바꿨다. LG 프랜차이즈 스타 김재현(은퇴)이 달았던 번호를 오지환에게 특별 부탁해 얻었다. 그래도 캡틴의 그늘은 늘 길다.
지난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 경기에서 1-1로 팽팽히 맞선 9회말 무사 1, 2루에서 LG 이병규가 SK 박정배를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을 지원했던 이병규는 최근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며 톡톡 튀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잠실 SK전에서 프로 데뷔 두 번째로 9회말 극적인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며 절정의 타격감을 뽐냈다.
이병규는 꾸준히 상승세다. 6월 12경기 타율 2할6푼3리로 시작해 7월 14경기서 3할2푼4리로 3할대 타율에 올라섰고, 8월에는 21경기 3할2푼7리로 조금씩 경기수를 늘리며 타율을 끌어올렸다. 9월 들어서는 거침이 없다. 4경기 12타수 6안타로 타율 5할을 찍었다. 2루타만 3개다.
이병규의 최근 활약은 시즌 막판 1위 수성을 위한 LG의 보약이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이병규(9번)를 비롯해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이 체력적으로 열세를 보일 타이밍에 치고 올라왔다. 베테랑과 젊은피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이병규의 타격 지원은 팀 분위기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LG는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19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험하다. 1.5경기차 사정권에 있는 삼성 라이온즈(2위)와 두산 베어스(3위)의 추격이 거세 페넌트레이스 막바지 선두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LG는 투타에서 믿을맨의 시원한 등장으로 가을이 두렵지 않다. 6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가을 원상’으로 돌아온 셋업맨 유원상으로 미소 짓던 LG가 조용한 ‘빅뱅’의 가을 남자 변신에 함박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LG 트윈스의 캡틴 이병규(9번)와 빅뱅 이병규(7번)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