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임성일 기자] 왜 팀에 간판선수가 한명쯤은 있어야하는지, 에이스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는 이의 존재 유무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블루 드래곤’ 이청용이 보여주었다. 이청용이 홍명보 감독에게 첫 승일 선물했다 해도 과언 아닌 활약이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6일 오후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아이티와의 평가전에서 4-1로 승리를 거두고 홍명보호 출범 이후 첫 승을 신고했다. 2골이 PK이기는 했으나 지난 4경기에서 1골에 그쳤던 골 가뭄도 어느 정도 해소했고, 무승 고리도 끊어내면서 부담도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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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골을 뽑아낸 손흥민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실질적인 승리의 주역은 이청용이었다. 에이스라는 수식도 아깝지 않은 활약이었다. 사진(인천)= 김영구 기자 |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돼 보이던 원톱 지동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공격형MF 이근호와 손흥민-고요한 좌우 날개까지 모두 합쳐 공격진 전체의 불협화음이 일었다. 전반 20분, 손흥민이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린 것을 제외하고는 전방에 위치했던 선수들이 칭찬 받을 내용이 없었던 전반이다.
홍명보 감독도 같은 문제점을 파악했고, 결국 후반 들어 앞 선에 메스를 가했다. 지동원을 빼고 구자철을 넣었으며 고요한 대신 이청용을 투입했다. 두 선수의 투입과 함께 조금씩 엉킨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다. 이청용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 일단 역전골과 쐐기골이 나왔던 페널티킥을 모두 이청용이 얻어냈다.
전방과 측면, 2선까지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엉켰던 부분들을 풀어나가던 이청용은, 후반 3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기 위해 박스 안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의 파울을 유도하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이를 구자철이 침착하게 넣으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12분, 이번에는 홀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이청용은 가벼운 페인팅 동작으로 박스 안으로 들어가면서 상대 수비의 반칙을 다시 유도, 두 번째 PK를 얻어냈다. 이를 이근호가 침착하게 넣으면서 한국은 승기를 잡았다.
PK를 얻어내던 장면은 이청용이라는 개인의 전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상대 수비가 이청용을 막는 것이 역부족이었기에 범했던 파울들이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으니 기본적으로 박수 받을 일이다. 하지만 이청용의 더 큰 공은, 공간과 동료를 활용하는 움직임으로 답답한 공격 전개를 풀어나갔다는데 있다.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는 동료가 패스하기 좋은 공간에 이청용이 있었고, 공을 가지고 있을 때는 필요한 위치까지 공을 몰아서 동료가 좋은 위치에서 공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본적인 위치는 오른쪽 측면이었으나, 필요할 때는 중앙으로 혹은 하프라인 밑으로까지 내려왔던 이청용의
1명이 퇴장을 당해 아이티가 10명이 싸웠다는 숫적 우세도 감안해야겠으나, 그래도 전반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 속에 이청용의 존재가 있었다. 과연 누가 홍명보호의 에이스 칭호를 받을까 싶었는데, 이청용이라면 수식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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