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KIA표 고춧가루는 매웠다. 그러나 딱 1회 만이었다. 이범호의 잇단 수비 미스가 매운 맛을 잃게 만들었다.
삼성을 연이틀 잡으며 상승 기류를 타던 KIA는 5일 잠실 두산전에서 2-6으로 졌다. 무기력했다. 두산이 물고 늘어지며 점수를 얻은 것과 달리, KIA는 2회 이후 플레이 하나하나가 지지부진했다.
KIA는 이날 두산보다 나은 면을 보여주지 못했다. 선발 김진우는 6실점하며 무너졌고, 전날 9점을 뽑았던 타격도 침묵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KIA가 두산에게 진 건 수비 탓이었다. 특히, 이범호의 잇단 실책성 플레이가 화근이었다.
이범호의 수비는 매우 불안했다. 안정감과는 거리가 있었다. 1회 1사 2루에서 김현수가 김진우와 8구 접전 끝에 3루로 타구를 날렸다. 평범한 땅볼 타구였다. 하지만 이범호는 이 공을 다리 사이로 빠트렸고, 2루 주자 이종욱은 여유있게 홈까지 쇄도했다. KIA로선 어이없게 1점을 내줬으며, 기분 나쁘게 두산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KIA는 5일 잠실 두산전에서 2-6으로 졌다. 집중력 잃은 이범호(오른쪽)의 수비 미스로 분위기를 넘겨준 게 문제였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3회 김진우가 다소 흔들렸다. 2사 1루에서 김현수를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폭투까지 범했다. 2사 2,3루의 실점 위기에서 김진우는 오재일을 내야 땅볼로 유도했다. 공이 낮게 튕기긴 했지만, 수비 자세가 높던 이범호가 이를 잡으려다 놓쳤다.
경기 기록지에는 내야 안타로 처리됐지만, 사실상 이범호의 실수였다. 충분히 잡아서 처리할 수 있는 타구였다.
이범호의 수비 미스 속에 2점의 리드를 지키기 못한 KIA는 4회 결국 역전까지 허용했다. 빌미는 손시헌의 내야 안타였다. 이범호가 잡아 1루로 공을 던졌지만, 손시헌의 발이 더 빨랐다. 이후 김진우는 양의지와 김재호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고, 승부는 뒤집어졌다. 그리고 분위기는 완전히 두산에게로 넘어갔다. 고개 숙인 이범호는 5회 홍재호와 교체 아웃됐다.
이범호의 수비 미스는 두산 내야진과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두산은 이날 완벽에 가까운 수비를 펼치며 KIA의 공격을 막았다.
선동열 감독은 경기 후 소감에서 “수비에서 집중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승부처에서 나온 이범호의 아쉬운 수비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범호는 타격도 호쾌한 스윙과는 거리가 있었다. KIA가 주도권을 장악했던 1회부터 초를 쳤다. 이용규의 홈런과 나지완의 적시타로 2-0으로 앞서갔다. 아웃카운트는 1개도 없었고 1,2루에는
두산 선발 김선우가 크게 흔들렸다는 걸 감안하면, 대량 득점까지 가능했다. 그러나 이범호는 유격수로 향하는 평범한 땅볼을 쳤고, 이는 병살타로 연결됐다. 찬물을 제대로 끼얹었다. 뜨거웠던 KIA의 방망이는 차갑게 식었고, 이후 안타 2개와 볼넷 2개만 얻었을 뿐이다. 병살타는 3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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